국내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을 한차원 높이게 될 '럭셔리 세단(최고급 승용차)' 개발 경쟁이 본격 점화됐다. 2005년 이후 쏟아져 나올 이들 고급 세단은 기존 중소형차 위주의 국내 시장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파괴력이 클 뿐만 아니라 시장을 급격히 확대해 나가고 있는 수입자동차와도 피할 수 없는 일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순수 '한국산 기술'을 대표하는 현대차와 해외 본사로부터 플랫폼을 지원받게 될 GM대우차 및 르노삼성차는 서로 자존심을 걸고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현대차=2006년 출시될 예정인 에쿠스 후속모델을 세계적인 프리미엄급 모델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기술 마케팅 등 모든 역량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벤치마킹 대상은 도요타의 렉서스.현대차는 도요타가 렉서스를 미국에 진출시키기 전에 무려 10억달러를 들여 현지 상류사회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익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도요타는 마케팅 담당 직원들을 부유층들이 밀집해 있는 주요 도시에 1년이상 보내 직접 생활을 체험토록 했으며 엔진과 다자인도 철저하게 현지 취향에 맞게 설계했다. 에쿠스 후속모델의 배기량은 4천cc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이며 엔진효율 안전성 환경친화성 편의성 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현대차의 개발 전략이다. 해외시장에서 연간 30만대,국내시장에선 5만대 이상을 판다는 방침이다. ◆GM대우차=호주 홀덴사의 최고급 승용차 '스테이츠맨(Statesman)'플랫폼을 들여와 국내 실정에 맞게 튜닝한 뒤 2005년부터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배기량 5천6백cc급에 8기통 엔진을 얹은 스테이츠맨과 같은 플랫폼에서 나오는 V6 3천8백cc급 '칼라이즈'가 모두 검토 대상으로 올라 있다. 이 차는 독립 후방 서스펜션(IRS)과 트랙션 제어(TC) 기술을 적용,주행성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대우자동차판매가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칼라이즈를 직수입해 판매할 예정인 만큼 GM대우차는 본격 출시 이전에 기선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배기량 3천5백cc급인 닛산의 '티아나(Teana)' 플랫폼을 들여오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05년초 대형 럭셔리 세단 출시를 목표로 개발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기술 제휴를 위해 닛산측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르노의 벨사티스 플랫폼 반입을 검토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르노보다는 닛산과의 기술 제휴가 르노삼성차에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닛산은 르노삼성차의 SM5에 '세피로(미국 수출명 맥시마)'를,SM3에 '블루버스 실피' 플랫폼을 각각 제공하고 있어 양사의 협력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닛산은 북미시장을 겨냥해 만든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를 앞세워 빠르면 내년중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