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3:42
수정2006.04.04 03:47
베트남전 당시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중부 빈딩성에 한국군 유해가 묻혀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은 사실 확인 이전에 한국군 유해로 단정할 수 없다고 21일 밝혔다.
한국대사관의 김종수 국방무관(대령)은 "유해 문제는 주재국 정부의 외교 협조가 필요한 사안인데다 현지 주민들의 주장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확인 작업이 완료되기 전에 한국군 유해로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령은 "그러나 보도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제보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미 지난 달 베트남 외교부에 공식적으로 확인을 요청했다"면서 "이에 따라 베트남 외교부는 관할 빈딩성인민위원회에 지시, 증언관련자 면담과 매장지 위치 파악 등 사실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교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실 확인 결과를 통보해오면 국방무관을 팀장으로 하는 발굴팀을 구성해 현장서 발굴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 유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대사관의 또다른 관계자도 "한국군 전사자 유해 매장 주장은 지난 5월 현지를 방문했던 베트남전 참전용사 이모씨가 지역주민들으로부터 '한국군 시체 4구를 매장했다'는 증언을 들은 뒤 베트남전참전전우회와 청와대 인터넷신문고 등을 통해 발굴을 요구하면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씨의 주장 외에도 빈딩성 안농군에 사는 50대 중반의 부부로부터 '지난 1972년 안케페스작전 직후 전사한 한국군 시체 4구를 매장했으며, 지금도 그 위치를 안다', '베트남군묘지에 한국군 시체가 매장돼 있다' 등의 유사 제보가 여러 건 접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한국군 유해일 가능성이 있다면 당시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고려해볼 때 한국군이 미처 수습하지 못한 채 남아 있던 것을 현지 주민들이 거두어들여 매장한 부분 시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최대격전지였던 638고지뿐만 아니라 인근 20∼30㎞ 지점에서도 한국군과 베트남군 간에 매복 및 수색작전이 빈번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이 와중에서 희생된 병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안케페스작전은 지난 1972년 4월11일부터 26일까지 빈딩성과 인근 자라이성에서 당시 한국군 맹호사단 1연대와 당시 북베트남(월맹)군 정규군 병력 사이에 638고지 등을 놓고 치열하게 전개됐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군은 전사 75명, 부상 104명, 실종자(유종철 일병) 1명 등의 피해를 입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