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3:36
수정2006.04.04 03:40
경전(經典)은 영원히 변치 않는 법칙과 도리를 적은 서적이라는 뜻으로 성인(聖人)의 가르침이나 행실 또는 종교의 교리들을 적은 책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면 국가와 기업과 같은 조직을 관리함에 있어서 경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經)은 직물의 주축이 되는 날실을 가리키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예로부터 지금까지 세상의 근본은 인재이며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보다도 인재를 알아보는 데 있다.
'변경(辨經)'(렁청진 편저,김태성 옮김,더난출판)은 1백명에 가까운 인재에 대한 평을 통해 인재의 변별과 활용을 위한 새로운 시각과 원리,그 기본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누가 진정한 인재인가?
무릇 인간의 기질은 치우침이 없고 바르고 평화로운 것을 가장 고귀한 것으로 삼는다.
영웅(英雄)도 지모지략의 영재(英才)와 담력·용기를 가진 웅재(雄才)의 합이므로 뛰어난 인재들은 영재와 웅재를 기움없이 두루 갖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 개인의 기질을 따질 때에는 먼저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며 욕심이 없는 사람인지,따스함을 간직한 사람인지를 살피고 그 다음에 총명하고 지혜로운지를 봐야 한다.
문제는 보통 사람의 지혜로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 가운데 약간 뛰어난 사람은 알아보지만 자신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인물들은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재를 알아보는 지혜를 갖추기 위해서는 인재 변별의 전문 지식과 폭넓고 해박한 학식,예민한 감각과 깊이 있는 안목,그리고 풍부한 사회 경험이 필요하다.
백락(伯樂)이 있기에 천리마가 나타나듯이 조직의 장은 인재를 보는 능력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조직에 출중한 인재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전(典)이 가진 여러 뜻 중의 하나는 '맡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을 맡아서 일을 함에는 다른 사람의 재능을 마치 자신의 물건을 쓴 것처럼 이용할 수 있는 '변통'의 능력이 필요하다.
'지전(智典)-춘추전국시대편'(렁청진 편저,장연 옮김,김영사)은 사기 좌전 논어 장자 한비자 손자 등 많은 고전에서 인용한 중국 역사의 1백여 사례를 통해 '맡아서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초패왕 항우는 유방에게 천하를 빼앗기는가?
한 고조 유방은 이렇게 말했다.
"장막 안에 앉아 천리 밖의 승리를 거두는 면에서 나는 장량(張良)보다 못하고,나라와 백성을 안정시키고 군수물자를 원활하게 공급하는 면에서 나는 소하(蕭何)를 따르지 못하며,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성공하는 면에서 나는 한신(韓信)에 미치지 못한다.이 세 사람은 모두 천하의 영웅 호걸이다.그러나 나는 그들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이것이 바로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밑천이다."
순자(荀子) 또한 이렇게 말한다.
"제왕이 활을 쏘아서 백발백중하고 싶다면 자신이 직접 손을 댈 것이 아니라 궁수를 등용하면 되고,천하를 잘 다스리려면 재능과 덕을 겸비한 인재를 등용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마음과 힘의 소모를 줄이면서 대업을 이룰 수 있다."
바로 이 것이다.
성공하는 조직은 영웅 한 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재들의 집합으로 잘 관리돼야 한다.
다만 조직을 관리하는 지혜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음미할 때 나에게 다가 온다.
즉 인재와 역사적 교훈을 오직 자신의 정감과 생명으로 대할 때만이 비로소 지혜를 활용해 자신의 인격을 높이며 훌륭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변경'과 '지전',6백64쪽과 7백43쪽에 달하는 책의 두께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인재와 지혜가 가져다 주는 인생의 가치 때문일 것이다.
서진영 자의누리 대표 sirh@center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