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대사관의 '고질병'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야기 하자면 끝이 있나요.
차라리 말문을 닫고 말지요."(기업인 A씨)
"우리는 괜찮은데 덩치가 큰 회사들은 고생 좀 한다고 들립니다."(주재원 B씨)
대일 비즈니스를 위해 도쿄에 나와 있는 상사 주재원들은 크고 작은 모임을 자주 갖는다.
하나의 작은 커뮤니티다.
여러 이야기가 이들의 화제에 오르지만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본국에서 파견된 주일 한국대사관의 관료들 이야기다.
"날짜까지 정해 주면서 골프를 주선하라더군요."
최근 수출관련 기업의 대표들과 대사관 관료의 점심식사에 참석했던 A씨는 공 한번 치자는 관료가 날짜까지 일방적으로 지정하더라며 넌더리를 냈다.
그는 안그래도 술자리가 돌아가며 열린다는 소문이 파다한 터에 골프까지 얹혀지니 누가 모임에 가고 싶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대사관 관료들의 잘못된 행태가 주재원과 교민사회의 손가락질 대상이 된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수년 전 귀국한 한 경제부처의 관료는 술값 청구서를 떠넘기는 것으로 주재원 사회에 가는 곳마다 흔적을 남겼다.
각 부처에서 파견된 관료들의 근무 여건은 좋은 편이 못된다.
한정된 예산과 고물가.
늘 호주머니 걱정이다. 물론 엘리트공무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골프,술자리로 명성을 날린다면 관료가 일본땅에 파견된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만성적 무역적자를 줄이자며 장관이 서울에서 아무리 외쳐도 첨병 관료가 일본서 주재원들로부터 비난 받는다면 최전선에 균열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수년 전 근무자들에게 하도 당해서 연락을 끊고 살았더니 이제는 전화도 오지 않습니다." 술·골프 접대가 누적될수록 주재원들이 쳐놓는 마음의 벽은 높아지고 정보 흐름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B씨의 속내 이야기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