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建榮 < 단국대 교수·前 교통개발연구원장 > 참여정부는 동북아중심 전략을 통한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란 장밋빛 구호를 내놓고 있다. 인천지역에 자유지역이 지정됐고,인천국제공항 확충,디지털 신도시건설 등 다양한 청사진이 나오고 있다. 파주와 기흥에,그리고 김포에 대규모 공업단지와 신도시 계획도 발표됐다. 그런데 과연 이같은 수도권 집중을 감당할 만한 합당한 교통대책은 있는가? 동북아의 중심에 서울과 수도권이 있다. 그리고 도시권의 경쟁력은 교통망에 달려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국가 주요 기능의 집중으로 교통체증이 심해져 도시기능이 현저히 마비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교통개발연구원이 추정한 전국의 교통혼잡비용이 11조원에 이르는데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한다. 물류비용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효율적인 교통체계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동북아 구상도 공염불일 것이다. 수출화물이 안산공단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부산에서 미국 서해안으로 가는 만큼 물류비용이 든다면,여기에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물류와 산업의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누가 나설 것인가? 시내의 차량소통 속도가 매년 떨어지고 있고, 경부고속도로는 기흥이나 오산에서부터 주차장이다. 재작년 전원생활을 그리며 수지로 이사갔던 친구가 출근 시간이 두 시간이라며 다시 돌아왔다. 서울을 벗어나면 생활환경이 제구실을 못하고 교통망이 뒷감당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남의 낡아빠진 아파트를 재건축해서라도 그곳에서 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남 집값이 다시 오른다. 그동안 우리의 생활권은 넓어졌다. 그러나 수도권의 광역화는 서울 언저리에 불과하다. 교통망이 제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서울 가까운 인접지역인 김포 고양 광명 수지 죽전 화성 광주 이천 양평 곤지암 등등 연이어 불도저가 밀며 고층 아파트타운을 만들어 놓았다. 뿐인가. 공장 창고 음식점 모텔 등이 도로변에 즐비하게 늘어섰다. 뒤늦게나마 도로나 철도를 신설하려 해도 노선을 잡기가 쉽지 않다. 서울 남부순환도로, 수도권 외곽순환고속도로 등은 주민 시민단체와의 갈등으로 공사가 마냥 중지돼 있고, 그밖에 시급한 노선도 계획과 검토만 거듭되고 있다. 도로망의 확충도 필요하지만,그보다 수도권에 광역적 전철망이 시급하다. 이것이 대중교통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드는 첩경이다. 서울 동서남북 요지에 역을 만들고 사방으로 전철이 연결돼야 한다. 청량리역은 동부, 서울역은 서부와 북부방향의 출발역이 된다. 그리고 강남에 중앙역을 만들자.여기서 용인 안성 평택 수원 안산 성남 등지로 전철이 연결돼야 한다. 로마역보다도 더 멋진 랜드마크같은 역을 만들어 보자.경부선 호남선 고속철도가 여기서 떠나도록 하는 것이 옳다. 프랑스 파리에는 사방으로 역이 분산돼 교외로 나가는 전철망과 연계돼 있고 또한 도시를 관통하는 고속지하철(RER)과 연결돼 있다. 현재 수도권 전철은 고작 1백70km다. 도쿄나 런던은 주변에 3천km가 넘는 거미줄 같은 전철망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도로에 비해 철도망 확충에 소홀했다. 서울과 수도권이 동북아 중심에 서려면 적어도 1천km 이상의 전철망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서울을 중심으로 광역 전철망이 사방으로 뻗고 그 노선 상에 신도시가 역세권을 이루며 들어서야 한다. 현재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는 김포 파주 화성 동백지구 등지의 교통망 계획이 궁금하다. 우리는 우선 아파트단지부터 조성하고 추후에 교통망을 만든다고 야단이다. 죽전지구나 동백지구에서는 급한대로 분당선에 잇대어 경전철을 끌어가는 대안이, 게다가 민자유치라는 명분으로 검토되고 있는데,이는 경제성도 없고 교통체계상 바람직스럽지도 않다. 경전철은 수송량, 수송비용,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력이 약하다. 광역교통망의 뼈대는 전철로 돼야 한다. 서울의 광역화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은 하나의 생활단위다. 이는 세계적인 규모의 도시권이다. 이에 알맞은 교통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것이 도시의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