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큰 상장 및 등록기업의 올 상반기 실적은 철강 유화 건설 등 구(舊)경제주의 선전,금융주 부진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업종도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전세계적인 경기부진 속에 이라크 전쟁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의 악재가 겹쳤던 점을 감안하면 대체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실적은 지난 2분기를 바닥으로 회복세에 접어드는 것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부장은 "1백27개 거래소 및 코스닥 종목을 대상으로 자체 추정한 결과 3분기에는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증가하고 4분기에는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실적은 2분기를 바닥으로 점차 회복세에 탄력이 붙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유화·내수우량주 실적 탄탄 경기침체 영향으로 전기전자 업체의 실적은 대부분 전년보다 악화됐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1조5천6백41억원(40.9%) 줄어든 게 대표적이다. 반면 포스코의 반기 이익은 작년보다 1백84%나 급증했다. 대우종합기계 한국타이어 등도 당기순이익이 1백% 이상 증가했다. 호남석유화학 LG석유화학 한화석유화학 등 유화업체의 실적호전도 주목된다. 신세계 태평양 농심 등 대표적인 내수관련주 또한 소비둔화에도 불구하고 독점적인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했다. 코스닥 종목 중에서는 NHN 네오위즈 등 인터넷 업체와 게임업체인 웹젠의 순익 증가율이 두드러진 가운데 인터플렉스와 탑엔지니어링도 1백92.4%와 3백4.4% 순이익이 늘었다. ◆'적자전환'도 크게 늘어 거래소 시가총액 70위 중 적자를 낸 곳은 작년 2곳에서 올해는 9개로 크게 늘었다. 특히 국민 조흥 제일 외환은행과 LG카드 등 금융회사들이 대거 적자전환했다. 금융회사들이 대거 적자를 낸 것은 가계대출 및 카드관련 부실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조업체 중에서는 삼성전기 대한항공이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전기는 2분기에 2001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1백12억원)을 기록한데다 삼성카드와 관련된 지분법 평가손실로 9백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대한항공의 적자전환은 상반기 중 이라크전쟁과 사스의 영향으로 국제선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하이닉스반도체와 아남반도체는 적자상태가 지속됐다. 코스닥 종목 시가총액 30위 중에서는 옥션 다음 등 인터넷 기업과 주성엔지니어링이 흑자전환한 반면 국민카드 아시아나는 적자로 반전됐다. ◆회계처리기준 변경 유의 백화점과 종합상사,홈쇼핑업체 등 제품판매를 대행하는 기업의 경우 판매총액이 아니라 판매수수료만을 매출로 인식하도록 올해부터 회계처리 기준이 바뀌었다. 따라서 이런 업종에 속한 업체들은 매출액이 크게 감소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변경된 회계기준이 순이익 규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해외 자회사를 통한 항공기 리스에 대한 회계처리를 '운용리스'에서 '금융리스'로 바꿔 순이익이 1백47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쌍용차는 이연법인세차의 실현 가능성을 추가 인식하는 방식으로 회계추정을 변경,상반기에 순이익이 종전 회계처리 방법으로 산출했을 때보다 1천5백24억원 증가했다. INI스틸은 기계장치의 감가상각 기간을 단축시켜 올해 2백61억원(상반기 1백31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계상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