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요구불성 예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있다. 최근 은행의 단기 수신금리가 0.2%포인트 정도 하락한 데다 그동안 은행 요구불성 예금에 머물러 있던 돈이 카드사들이 발행한 후순위 전환사채, 은행이 발행한 하이브리드 채권 등 연리 7%가 넘는 '고수익 상품'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구불성 예금이란 은행 예금상품중 만기가 있는 적금, 정기예금, 시장성 예금(CD, RP, 표지어음)을 뺀 예금으로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예금상품을 뜻한다. MMDA(수시 입출금식 예금) 보통예금 저축예금 당좌예금 별단예금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 두달간 9조원 가까이 빠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빠져 나간 요구불성 예금은 총 5조8천6백3억원으로 집계됐다. 요구불성 예금은 지난 6월에도 3조3백73억원 줄어들었다. 두 달간 빠져 나간 돈은 총 8조8천9백76억원에 이른다. 요구불성 예금 잔액도 5월 말 1백89조5천억원에서 7월 말 약 1백80조6천억원으로 4.7% 감소했다. 요구불성 예금 가운데 자금 이탈이 가장 두드러진 상품은 MMDA다. 지난달에만 MMDA에서 2조7천8백26억원이 빠져 나갔다. 지난 3월 SK 분식회계 여파로 MMF(머니마켓펀드) 환매사태가 벌어지면서 11조8천8백억원의 자금이 MMDA로 몰리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한편 요구불성 예금이 빠져 나간 것과는 달리 정기예금에는 지난달에만 5조4백억원이 몰렸다. ◆ 빠진 돈, 어디로 갔나 =기업의 요구불성 예금에서 빠져 나간 돈 가운데 상당액은 부가가치세 납부에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지난 7월 약 7조1천억원(환급 전 기준)의 부가세를 냈다. 개인의 요구불성 예금은 카드 후순위 전환사채(삼성 LG 현대), 은행 하이브리드 채권(국민 조흥 한미), 캐피털 후순위 채권 등에 투자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7월중 카드사 은행 캐피털 등은 총 2조2천억원 규모의 '고수익 채권'을 발행했다. 이들 채권의 금리는 연 7∼9%(후순위 전환사채는 비상장시)로 금리 1∼2%에 불과한 요구불성 예금을 끌어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 이밖에 투신권의 MMF 수탁고가 지난달 9조3천4백66억원 급증한 점을 감안한다면 은행의 MMDA에 있던 돈이 MMF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크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