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에 멈춰서 있던 화물열차를 추돌,승객 2명이 숨지고 1백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8일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화물열차가 사고 구간을 떠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궁화호를 출발시킨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추정돼 역시 '인재가 빚은 참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고 발생=이날 오전 7시13분께 김천에서 부산으로 가던 303호 무궁화 열차가 대구시 수성구 사월동 사월보성아파트 옆 경부선 선로(서울기점 3백37km)에 정차한 2661호 화물열차를 추돌했다. 열차는 고모역을 떠난 뒤 경산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 사고로 5세 가량 어린이와 30대 여성 등 2명이 사망했고 1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1백여명이 경상을 입었다. 부상자들은 성삼병원 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동경병원 경상병원 영신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승객들은 출입문이 작동하지 않아 유리창을 깨고 현장을 탈출했다. 특히 발전차량 뒤편의 6호 차량은 음료수 캔이 찌그러지듯 구겨져 승객들의 피해가 컸다. 사고가 난 무궁화호 열차는 기관·발전차량과 객차 6량 등 모두 8량으로 구성됐으며 동대구역을 오전 7시5분 출발해 부산역에 8시38분 도착할 예정이었다. 탑승객은 1백70여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원인=건설교통부는 "화물열차가 사고 구간을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무궁화호를 출발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평소 역과 역 사이에는 '자동 폐색시스템'에 의해 열차가 2개 이상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사고 구간은 철도 신호체계 공사 중이어서 전화와 무선에 의해 열차 운행을 통제,1개 열차만 다닐 수 있는 상태였다. 부기관사 최창대씨(35)는 "고모역을 지나면서 '통신식 운행'을 한다고 보고한 뒤 운행하던 중 갑자기 화물열차가 앞에 있어 급제동을 했으나 충돌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기관사와 고모역 및 경산역 관계자를 소환 조사 중이다. ◆운행 차질=사고로 무궁화호 열차 한 량이 선로를 벗어나 오전 내내 경부선 운행에 차질을 빚었으나 오후 1시50분부터 정상 운행됐다. 철도청과 소방본부,경찰은 3백여명의 구조인력과 헬기 등을 현장에 투입,승객을 구조하는 한편 철로 복구작업을 벌였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하루 3만여명이 이용하는 동대구역은 이날 아침부터 사고여파로 큰 혼잡을 빚었으며,출퇴근이나 여행을 위해 역을 찾은 수천여명의 시민들이 인근 고속버스터미널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