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이나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가 확정되기 전에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또 손해액은 원고가 직접 입증하지 않아도 법원이 정황을 참작해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재계는 이에 대해 "여러가지 남소(소송 남발) 방지 장치가 사라져 '소송 폭주'가 예상된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7일 소비자피해 구제 강화를 위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확정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조항(공정거래법 57조)을 삭제한 법 개정안을 내주께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민법에도 공정거래 위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있으나 특칙인 공정거래법에 57조와 같은 전제조건이 달려 있어 사실상 소 제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법 제정(1981년) 이후 22년간 30여건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또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인한 피해액 입증이 어렵다는 점도 감안, 앞으로는 법원이 관련 증거 등을 기초로 손해액을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손해배상 소송은 '피해사실을 인지한 날로부터 3년 또는 법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 이내'에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완료된 후 3년 이내'에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공정위가 법 위반사실을 확정해 시정조치를 내리기도 전에 곧바로 소송을 제기토록 허용할 경우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며 "더구나 공정거래법을 잘 모르는 민사 법원에서 제대로 처리할지도 의문인 만큼 부작용을 줄일 대책을 세운 뒤 천천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981년부터 2001년까지 총 1만5백31건의 공정거래법 위반건이 시정조치됐으며 이 중 57%(6천7건)가 △부당 거래거절ㆍ차별 취급 △우월적 지위 남용 △구속조건부 거래 등의 불공정거래행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