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언제나 창조력과 파괴력을 함께 지닌다. 위대한 발명이 엄청난 보상과 시련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인쇄술 이후의 최대 발명이라는 찬사에도 불구하고 메두사같은 '빅브라더'의 출현을 가져와 종국엔 모든 사람의 자유가 통제되는 디스토피아를 만들지 모른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보 과부하로 스트레스와 어지러움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데이비드 솅크의 지적도 그중 하나다. 인터넷의 과잉정보는 사람들의 판단을 가로막는 '데이터 스모그'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끝없이 이어지는 광고와 포르노성 스팸메일 공세는 끔찍하다. 영화 '터미네이터3'에서 보듯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계는 클릭 한번으로 몽땅 파괴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인터넷의 장점과 유용성을 폄하할 도리는 없다. 인터넷은 시ㆍ공간을 초월한 만남은 물론 쌍방향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모든 권력의 독점이나 일방통행을 막는다. 인터넷뱅킹도 엄청난 수혜중 하나다. 현금인출기(CD)나 자동예금입출금기(ATM)가 등장한 뒤 전처럼 마감 시간을 놓쳐 돈을 못찾는 일은 줄었지만 잔액을 확인하거나 돈을 부치자면 은행이나 자동화기기가 있는 곳을 찾아가야 했다. PC뱅킹을 이용하면 이런 부담과 불편함에서 해방된다. 집과 사무실 어디서나 통장 내역을 확인하고 송금도 하고,아파트관리비와 각종 지로요금도 낼 수 있다. 다른 은행과 우체국,증권회사로의 이체도 가능하다. 8월부터는 국세와 범칙금도 인터넷으로 납부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자가 2천만명을 넘었다는 소식이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몰라서''기계라면 딱 질색이라서''인터넷의 안전성을 못믿어서''컴퓨터를 쓰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등이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송금하면 은행이나 자동화기기까지 안가도 되는 데다 수수료도 한결 싸다. 물론 보안이 뚫리면 순식간에 돈이 몽땅 사라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긴 어렵다. 철저한 보안은 은행의 책무겠지만 이용자 또한 1회 및 1일 송금한도를 설정하고 자주 확인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게 필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