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말뿐인 '소비자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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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한 상품을 둘러싸고 '유무(有無) 시비'가 한창이다.
양모 이불에 양모가 있네 없네,화장품에 방부제가 있네 없네,원목가구에 원목이 있네 없네….화장품의 경우 수입업체와 소비자단체 사이에 법정싸움까지 벌어졌다.
이것만이 아니다.
소비자단체에는 홈쇼핑에서 '소개된 상품'과 '받아본 상품'이 다르다는 소비자 불만이 심심찮게 제보된다. 일부 미디어는 홈쇼핑의 문제점을 다루면서 유사 홈쇼핑·광고방송(인포머셜)과 싸잡아 '야바위'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방송 과정에 다소 과장이 있었다는 점은 시인한다.
그러면서도 과장을 일삼는 유사 홈쇼핑이나 광고방송과 똑같이 취급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소연한다. 또 협력업체가 워낙 많아 꼼꼼히 챙겨도 '실수'가 생길 수 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지금은 하소연하거나 변명할 때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꾹 참으며 변명을 들어주지 않는다.
믿음이 가지 않으면 외면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화장품 사건'이 터진 후 홈쇼핑 업계 전반적으로 화장품 매출이 뚝 떨어졌다.
LG홈쇼핑은 최근 대형 소비자센터를 발족하면서 "그동안 소비자 보호나 서비스에 소홀한 면이 있었다"며 "앞으로 사장이 직접 소비자센터를 챙기며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현대홈쇼핑은 '공정거래 자율 실천 선포식'을 갖기도 했다.
선언 차원이 아니길 바란다. 소비자 보호에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을 수 없다. 기독교에서는 '보지 않고도 믿는 믿음이 최고'라고 말한다.
물건을 만져보지 않고 사는 홈쇼핑에서도 '최고 수준의 믿음'이 없으면 얘기가 되지 않는다.
홈쇼핑은 '신유통'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지금이 고비다.
신뢰를 잃으면 홈쇼핑의 성장 엔진은 하루아침에 꺼질 수 있다.
김혜수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