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기변동과 리스크관리..曺夏鉉 <연세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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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체감경기가 IMF위기 때보다도 더 나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기침체는 심각한 문제가 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되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정부는 그동안 4~5%의 경제성장률 달성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회복이 늦춰지고 국내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양상을 띠자,정부가 적극적인 경기활성화 대책마련에 나섰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이용가능한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기침체를 완화시키려고 노력하는 데 대해서는 일견 수긍이 가지만,최근의 경기대책은 너무 단기적이어서 향후 부작용이 우려된다.
금리인하정책은 자칫 진정국면에 들어선 부동산시장의 투기를 부추길 여지를 안고 있다.
물론 투기조사 등의 다른 미시적인 정책을 동원해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특소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감면은 향후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세수부족으로 인해 재정적자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나친 재정적자는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국가에서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보다 염려되는 대목은 단기간의 경기회복을 위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정책수단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경기회복의 관건인 기업투자를 늘리기 위해 은행으로 하여금 기업대출시 부동산 담보가치의 평가비율을 높여주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리스크 관리의 강화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확보라는 IMF위기의 중요한 교훈에 역행하는 것이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은행의 부실자산을 증가시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타 선진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가치 변동성이 매우 높은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으며,따라서 바젤위원회(BIS)의 자기자본규제안은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해 1백%의 위험가중치를 부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가치의 평가비율 상향조정은 부동산담보 제공능력이 있는 대기업 위주로 은행자금이 흘러가도록 해,향후 우리 경제의 중요한 기반이 될 중소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는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IMF위기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최근까지 카드사들의 리스크관리 개념 미비로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이 크게 위협받았던 사실을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된다.
국제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금융환경에서 리스크관리의 강화는 금융기관의 생존과 국가경쟁력을 위해 필수적이다.
따라서 경기회복이라는 당장 눈앞의 성과를 위해 경제시스템의 주춧돌에 해당되는 리스크관리 능력제고에 해가 되는 정책이 시행돼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리스크에 대해 보다 민감한 자기자본규제안인 '신바젤협약안'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능력을 획기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2006년으로 예정된 '새로운 규제안'이 시행되면 우리나라는 경제력에 비해 낮은 국가신용등급으로 지정돼 해외자본 조달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우리는 보다 불리한 국제환경하에서 경제성장을 추구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정적인 장기 경제성장을 위해 요구되는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능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준비하고 가능한 빨리 시행해야 한다.
우선 금융감독당국과 학계 및 금융기관이 함께 '신바젤협약안'에 대비하기 위한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해야할 것이다.
현재 우리경제는 전반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내수 수출 부진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과 실업증가로 소득증대원이 부족한 데다,가계부채로 인한 압박과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는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 지속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근시안적이고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성장기반의 확충이다.
특히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담보비율의 증대나 세금감면과 같은 일시적 부양책이 아니라,기업활동관련 규제를 완화하고,필요한 곳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보다 근본적인 작업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