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신용위험 환란이후 최고 ‥ 한은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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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국면이 길어지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보는 가계와 기업의 신용위험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대출조건이 갈수록 깐깐해져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나 가계는 돈 구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등 신용경색이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은행 보험 및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2ㆍ4분기 '대출자산 신용위험DI(Diffusion Index)'는 전분기에 비해 12포인트 높아진 29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였던 지난 2000년 4ㆍ4분기(30)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또 올 3ㆍ4분기 '신용위험DI 전망치'는 31로 2ㆍ4분기에 비해 신용위험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위험DI가 플러스면 가계나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졌다고 보는 금융회사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금융회사별로는 국내 은행들의 2ㆍ4분기 신용위험DI가 47을 기록, 외국은행 국내지점(17)이나 저축은행(16)에 비해 국내 은행들이 고객의 신용악화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구용 한은 금융시스템분석팀 차장은 "경기회복 지연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 등으로 가계의 부채부담이 늘어나면서 가계와 기업의 신용위험을 우려하는 금융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의 대출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나타내는 '대출태도DI'는 올 2ㆍ4분기에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인 '-31'로 떨어졌다.
올 3ㆍ4분기 전망치(-27)도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 금융기관들의 대출조건이 당분간 엄격한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출태도DI는 수치가 낮을수록 대출조건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조덕현 신한은행 신용기획부 차장은 "경기에 민감한 산업이나 취약업종에 속한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할 때 좀 더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각 지점별로 내려보내고 있다"며 "가계여신에 대한 담보인정비율이 50%로 하향조정된 지난달부터는 가계대출 조건도 까다로워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회사들의 대출태도가 이처럼 신중해지고 있는 반면 가계와 기업의 대출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2ㆍ4분기 '대출수요DI'는 21로 전분기(-4)에 비해 크게 높아졌고 올 3ㆍ4분기 전망치(17)도 2ㆍ4분기와 큰 차이가 없어 대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