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구입시 구매자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가격과 실제 판매 가격 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술전문 월간지 '미술세계' 7월호가 일반인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7.24%)이 작품 구입시 점당 가격은 '10만∼50만원선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50만∼1백만원'이라는 응답자(15.98%)가 그 다음으로 많아,일반인은 4명 중 3명꼴(73.22%)로 작품 가격이 1백만원 이하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진품이든 모사품이든 집에 미술작품을 한 점도 소장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자가 52.72%(6백30명)에 달했다. 하지만 화랑 등에서 판매하는 유망 젊은 작가의 작품(20∼30호 기준) 가격은 최소 1백50만원선이다. 서양화가 손모씨(37)는 "전업작가의 경우 재료비 창작비 생계비 등을 감안할 때 점당 1백만원 이상은 받아야 창작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10만∼50만원'선은 원화가 아닌 판화 가격 수준이다. 이같은 차이는 우리나라에서의 '미술대중화'가 아직도 요원한 길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번 설문의 응답자는 80%(9백52명)가 20,30대로 미술품을 구입할 만한 주연령층은 아니지만 작품가격에 대한 이같은 인식은 40,50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서울옥션이 실시한 기업 소장품 경매에는 이름있는 작가의 유화 2백여점이 출품됐다. 내정가는 3백만원 수준이었으나 두 차례에 걸친 유찰로 가격이 80만∼1백만원선까지 떨어졌는데도 작품 구입에 나선 경매 참여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금융회사나 대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품 한 점 가격이 30만원에서 50만원 정도면 구입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40대의 금융회사 대기업 종사자나 그렇지 못한 20,30대층이나 작품 가격에 대한 인식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한편 여가생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문화장르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미술전시 관람'이라고 답한 사람은 5.1%(61명)에 불과했다. 영화가 71.3%(8백52명)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