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 명목으로 합의금을 받고 보험금 청구권까지 양도받았다면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에서 합의금을 공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14단독 연운희 판사는 6일 "형사합의금을 위자료로 보고 보험금에서 공제한 것은 부당하다"며 엄모씨(64)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7백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엄씨는 지난 2001년 6월 권모씨가 운전하는 버스에 치여 부인이 숨지자 권씨와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합의금 1천3백만원을 받되 이는 위자료가 아닌 재산상 손해배상이며, 향후 권씨가 보험사(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요구할 수 있는 보험금 청구권을 양도한다'고 명시했다. 엄씨는 이 합의서를 근거로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으나 1심과 항소심에서는 '가해자인 권씨가 준 합의금을 재산상 손해배상이 아닌 위자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 합의금의 일부(7백만원)를 뺀 나머지 금액만을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았다. 이에 엄씨는 지난 2월17일 보험사를 상대로 다시 양수금 청구소송을 내 위자료로 공제된 7백만원을 돌려받았다. 그동안 법원은 형사합의금을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일부를 가해자가 미리 지급하는 것으로 판결, 보험금에서 공제해 왔다. 그러나 이번 소송처럼 합의서에 '손해배상 명목의 합의금과 가해자의 보험금청구권 양도'라고 명시할 경우 피해자는 합의금과는 별도로 보험금 전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