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정태 칼 빼들었다 ‥ "혼란 부추기는 세력 축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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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 돌아온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칼'을 빼들었다.
김 행장은 1일 월례 직원조회에서 "경영진 내부에서조차 CEO와 다른 가치관을 보이거나 조직을 혼란시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조직 내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세력을 축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감사원 지적과 관련, "통합은행 초대 행장으로서 은행 역사에 불행한 전통을 만들지 않겠다"며 중도 퇴진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 칼 빼든 이유 =김 행장의 이날 강성 발언은 지난 3월부터 끊임없이 시도된 '은행장 흔들기'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민은행 내에서는 '일부 직원들이 모 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밀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나돌아 분위기가 어수선했었다.
이에 당사자인 모 부행장이 김 행장을 찾아가 해명을 하는 해프닝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김 행장의 입원 기간 중에는 한 지점장이 김 행장을 비난하는 이메일 투서를 유포한 일도 있었다.
김 행장은 퇴원 후 출근하자마자 해당 지점장을 찾아내 대기발령 조치했다.
김 행장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좋지만 한번 결정된 사항은 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특히 본부 내 일부 팀장이나 지점장들이 공개적으로 CEO나 은행 전략방향에 대해 비판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 구조조정 불가피 =김 행장은 "조직 구조조정이나 인사를 통해 은행이 통합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만간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인사 물갈이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현재 국민은행의 조직은 외견상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지분'을 공평하게 반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현 임원진 16명은 주택은행 출신 5명, 국민은행 출신 5명, 외부 인사 6명으로 골고루 포진해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중요 보직이나 업무영역을 둘러싼 출신 은행별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화학적 결합을 위해선 '구조조정의 칼날'이 필요하다는게 김 행장의 판단이다.
김 행장은 구조조정의 명분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걸었다.
김 행장은 "상당수 임직원들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 과거 은행경영 방식으로 되돌아가려고 하고 일부는 중요 보직인사에 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 행장은 자신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한 감사원 지적에 대해서도 "초대행장으로서 중도퇴진의 불행한 전통을 만들 수 없다"며 행장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본인의 거취를 둘러싼 퇴진론이나 감사원 감사 이후 도덕성 시비를 정면 돌파하면서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