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영화 '철도원'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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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한국에서도 상영돼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던 일본 영화 '철도원'은 한 이름없는 역무원의 얘기를 담은 작품이다. 일본의 국민배우로 사랑받는 다카쿠라 켄이 분장한 주인공은 승객은커녕 지나는 행인조차 거의 없는 외딴 벽지의 정거장을 홀로 지키며 일하다 눈 오는 날 플랫폼에서 숨을 거둔다.
노선 폐쇄를 앞둔 철도회사가 도회지의 큰 정거장으로 일자리를 옮기라고 해도 그는 고개를 흔든다.
열차가 텅 빈 채 드나들어도 그는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에서,제 시간에 어김없이 신호를 주고받는다.영화의 기본 줄기는 주인공의 신변 얘기를 바탕에 깐 서정적이고도 애잔한 내용이다. 그러나 외부에 전하는 메시지는 이뿐이 아니다.
홀아비 역무원이 '자신이 지켜야 할 자리'와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바위처럼 단단한 책임감을 읽는다.
항만 은행 지하철에 이어 이번에는 철도파업으로 한국 철마들의 발이 묶였었다는 소식이다.
다른 파업도 마찬가지지만 철도 역시 노사 갈등이 파업으로 번질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사회 여론이 아무리 매도한다 해도 파업 당사자인 철도 노조는 나름대로 상당한 고민과 갈등을 겪었을 것임이 틀림없다.
엄청난 후유증과 산업 피해를 생각하면서도 다른 길이 없다고 판단해 어쩔 수 없이 열차를 세우기로 했을 것이다.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당성 여부를 떠나 철도파업은 해외에 비친 한국의 국가적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구미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언론은 북한 핵문제와 함께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먹일 카운터 펀치로 노사 문제를 꼽고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이 유창한 화술로 외자유치를 강조해도 항만이 마비되고 은행 셔터가 내려진데 이어 철도까지 파업 몸살을 앓는 한 한국의 이미지는 내리막길 일변도다.
플랫폼을 가득 메운 고객들이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한국발 뉴스화면이 어떤 인상을 남길지는 길게 따져볼 것도 없다.승객 한명 없어도 깃발을 흔들다 철길 옆에서 눈을 감는 철도원의 이미지가 뇌리에 박힌 일본인들의 눈에 한국은 또 한번 이상한 나라로 보였을지 모른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