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의 한국지사장들이 의약분업 후 한국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올려 잇따라 오세아니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등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승우 전 한국MSD 사장은 지난달초 아시아시장 전략담당총괄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지사장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전략 담당책임자를 맡게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1995년 한국MSD의 사령탑을 맡아 96년 24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을 지난해 1천5백억원대로 끌어올렸다. 특히 그는 여성 사원을 과감히 채용해 남성중심의 제약업계 문화를 과감히 바꿨다. 95년 업계 처음으로 여성 영업사원을 뽑은 이래 현재 4백2명의 임직원 가운데 여성이 2백7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현재 한국 MSD지사장은 폴 리 MSD 북아시아담당 부회장이 대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전 사장이 워낙 탁월한 경영을 해 후보들이 부담을 느껴 후임 선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열 전 한국BMS제약 사장도 비슷한 경우. 이 전 사장은 지난 5월 호주와 뉴질랜드 시장을 포함하는 오세아니아 지역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1935년 호주 BMS가 설립된 이후 70년 동안 백인을 제외한 유색인종이 사장으로 임명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김진호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사장은 지난해말부터 한국은 물론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시아·태평양지역까지 총괄하게 됐다. 김 사장이 97년 지사장을 맡을 때만해도 5백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1천8백11억원으로 무려 3배 이상 늘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