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이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고령자 고용유지 방안으로 일본에서 10여년 전 도입한 제도다.

미국이나 유럽은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정착돼 이 제도가 필요없다.

국내에서는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만 50세를 기점으로 임금이 깎이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검토해왔다.

신보의 임금피크제는 임금삭감 시점을 만 55세로 잡았다는 점에서 이들 은행이 검토한 임금피크제와 다소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남상종 기술보증기금 노조위원장은 "우리나라도 고령화 시대를 맞아 나이 많은 직원을 무조건 퇴출시킬 것이 아니라 풍부한 노하우와 경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런 취지에서 일자리를 나누는 워크셰어링제도에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 최고 정점 대비 60%선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신보의 임직원들은 만 55세가 되는 시점에 모든 보직과 직급을 내놓게 된다.

보통 지점장과 부장급들이 대상이다.

대상자는 당해연도 정기인사시 일반직에서 업무지원직(별정직)으로 전환되며 본인 희망에 따라 채권추심,소액소송,사내교수,경영지도,신용정보 감독,신용조사서 감리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올해 적용대상은 1948년생이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정년(만 58세)까지 3년간 최고연봉 시점 대비 약 60%의 임금을 받는다.

임금이 최고연봉 대비 첫 해 75%,둘째 해 55%,셋째 해 35% 등으로 줄어든다.

신보는 제도가 정착되면 순수 임금절감 효과만 한해 약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무지원직으로 전환하면서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주고 전환 후에는 변경된 연봉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지급한다.

보직전환을 거부할 경우 명예퇴직 절차를 밟게 된다.

신보는 또 임금피크제 대상자 가운데 업무능력이 인정될 경우 정년 후에도 최대 61세까지 계약직으로 재고용할 방침이다.

신동기 이사(인사담당)는 "소액소송 채권추심 등의 분야는 상당한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게 회사측으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공기업 중심으로 도입 늘 듯

현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국책 금융기관들이 신보의 임금피크제를 집중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용연령,임금삭감 수준,대상자 폭 등에서 노사간 합의가 쉽지 않지만 임금피크제가 인사적체 해소와 고용안정 등에 긍정적이란 평가가 노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어 제도를 도입하는 기관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동부가 올 하반기 임금피크제의 '전형'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이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노동부의 권호안 서기관은 "고령화는 계속되는데 기업에선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넓은 안목에서 임금피크제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임금체계의 유연화가 대세인 만큼 공기업을 중심으로 이 제도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