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계의 올여름 총력투쟁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엄정대처를 강조했다. 그대로 뒀다가는 파국을 맞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마당에 노동계의 집단행동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올 경우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 신인도 추락은 물론 국가 경제가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정부의 엄정대처 방침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동안 철도분규 두산중공업사태 화물연대파업 등에 대해서도 엄정대처를 강조하다가 막판에 노조와 타협해왔다. 이날도 '불법파업 엄정대처'와 함께 '대화와 타협'을 동시에 발표해 어디에 더 무게중심을 둘지 주목된다. 엄정대처 방침은 "노동계의 극렬투쟁으로 더 이상 이 땅에서 기업 하기 어려워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재계의 경고를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이어서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힘의 균형이 대기업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계에 쏠려 있는데도 "재계에 기울어진 힘의 균형을 시정하겠다"고 강조해온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오류였음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방침은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이 '법과 원칙', '대화와 타협' 사이를 오가며 혼선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이 고조된데 대한 정지작업 측면도 있다. 대통령이나 장관 모두 "불법파업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처하겠다"고 했다가 "일시적 폭력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거나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며 곧바로 말을 바꾸는 등 일선 공무원들조차 헷갈릴 정도로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펼쳐온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재계나 국민들은 참여정부가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되살리고 국정을 원만히 운영할 능력을 갖췄는지도 의심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선파업 후협상'에 메스를 가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노동계의 잘못된 파업관행을 고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협상이 열리기 3∼4개월 전부터 미리 투쟁일정을 확정하고 그에 맞춰 임단협을 벌이는 상황에서 "일단 판을 벌이고 보자"며 불법파업을 할 경우 산업현장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노조의 요구가 경제자유구역법 폐기, 노조의 경영참가 요구 등으로 노조활동의 본질을 벗어난 것도 정부의 강경 대응을 불러온 요인으로 꼽힌다. 노 대통령이 근로감독관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몇몇 노조가 정부 길들이기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방식의 파업은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정책기조는 말보다는 행동과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 기업들도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벌이고 외국기업의 진출도 늘어날 수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