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배짱 채무자'에게돈을 받기 위해 판결 시효가 끝나기 전에 다시 소송을 냈다가 법 개정으로 원고가받아낼 이자가 오히려 대폭 줄어든 일이 발생했다. K씨는 지난 91년 9월 D투자사 대표 A씨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와 당좌수표,차입예탁증서 등을 담보로 받고 현금 2억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담보로 받은 CD 등이 위조된 것으로 밝혀져 K씨는 93년 초 서울지법에 A씨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에 "A씨의 잘못이 인정된다"며 "D사와 A씨는 K씨에게 각각 2억원을 갚고 91년 9월10일부터 93년 6월23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채무를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비율로 지연손해금(이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여러 이유를 들어 10년간이나 채무 상환을 이행하지 않았다. K씨는 다음 달 23일 판결의 시효기간(10년)이 끝나게 되자 채무를 끝까지 받아내기 위해 최근 법원에 대여금 청구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K씨는 이 소송에서도 승소, 밀린 대여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판결 후 자신이 A씨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지연손해금이 예전 판결보다 대폭 줄었음을 알게됐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제1민사부(부장판사 하광룡)는 25일 "A씨는 K씨에 대해 손해배상금으로 2억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91년 9월10일부터 2003년 5월31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에 따라 지급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K씨는 원래 93년 6월24일부터 A씨가 돈을 갚을때까지 연 25%의 이자를 받아야했다. 하지만 판결 소멸시효가 다가올 때까지 A씨가 돈을 갚지 않아 K씨가 다시 재판을 청한 결과, 받아낼 이자가 연 5%로 급감한 셈이 됐다. 이는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소송채무 불이행에 따른 법정 연체이율을 25%로규정한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 높은 연체이율에 따른 채무자의 이자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헌재의 결정에따라 법무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을 최근 개정, 지난 1일부터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정 연체이율은 연 20%다. 결국 법 개정으로 K씨가 A씨로부터 받을 돈의 연체이율을 20% 이상 책정할 수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근거법이 마련되지 않았던 2003년 5월31일 이전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5%의 법정이율을, 6월1일부터는 바뀐 법률에 따라 20%를 각각 적용했다. 재판부는 "판결 결과에 따라 원고가 큰 손해를 입게 되지만 이는 관련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원고에게 설명했고 원고도 이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