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민주노총의 공동 요구안과 파업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실리 위주의 임금협상을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임금협상에서 △임금 12만8천4백33원(기본급 대비 9.6%) 인상 △고용안정협약서 체결 △성과급 2백% 고정급화 △의료혜택 확대 등 네가지를 회사측에 요구했다. 반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올해 임단협에서 공동 요구안으로 내놓은 주5일근무제 실시와 산별노조 전환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 9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격주 휴무제의 경우 연월차 휴가를 활용하고 있는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유급 휴가로 처리,임금상의 불이익을 전혀 받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노조가 상급단체의 공동 요구안을 들고 나오지 않은 것은 회사 실정과 조합원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조는 민주노총의 오는 7월초 총파업에도 집행부만 동참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대신 노조는 회사도 소신껏 제시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88년 1백28일 파업,90년 28일 파업,94년 63일 파업 등 90년대 중반까지 민주노총의 선두주자로 국내 노사분규를 주도해 왔으나 노조의 실리 위주와 회사의 적극적인 대처로 95년 이후 무분규를 이어오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