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와 관련,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대북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의 방미가 사실상 허용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황 전 비서가 북한 체제 이데올로기인 `주체철학'의 실질적인 완성자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방미시 발언이 폭발력을 가질 수 있기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국내 매파들이 황 전 비서의 방미시의회증언, 강연 등을 김정일 정권의 부당성을 드러내는 기회와 대북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그의 방미가 성사될 경우 국내외 파장이 클 것으로예상된다. 이런 파장을 우려, 과거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황씨 방미에 부정적인 입장을보여온 것이 사실이며 지금의 노무현(盧武鉉) 정부는 미 정부의 신변안전보장 약속이 있을 경우 허용한다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그간 미국측도 황씨 방미 성사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황장엽씨 방미는 미 국무부가 황씨에 대한 신변안전보장 서신을 우리 정부에 보내면 이뤄지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 미 국무부는 작년 초 황씨의 방미문제를 문의한 크리스토퍼 콕스 하원 공화당정책위원장에게 신변보장 자료를 제출한 적이 있으나, 우리 정부에는 지난 18일(미국 현지시간)에야 주미 한국대사관에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 명의로 관련 서신을 보냈다. 문제는 미 국무부가 `왜 이 시점에서' 태도를 바꿨느냐는 점이다. 이와관련, 정부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대북 압박보다는 대화에 무게를 더 두어왔던 미 국무부가 압박강화를 주장하는 강경파의 주장에 밀려 방향전환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국에 북한 핵문제보다 더 긴급한 사안은 없다'고 말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대북정책과 관련 강.온파로 나뉘었던 부시 행정부 진영이 한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시 미 행정부는 최근 한국과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추가적 조치'와 `강경한 조치' 합의를 끌어낸데 이어 스페인 마드리드 11개국 회담에서 북한 등의 대량살상무기(WMD) 수출을 봉쇄하기위한 국제연대를 구축하는 등 대북 포위망을 좁히고 있는 형국이다. 또 미국의 대북 압박조치에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있는 일본 정부도 만경봉호 등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강화와 선박 출항금지조치를 취해 대일 무역의존도가 높은북한에 대한 옥죄기를 진행중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부시 미 행정부가 지난 5월 탈북자들의 미 의회 `복면증언'에 이어 이번에는 `주체철학'의 태두이자 북 고위층 출신인 황장엽씨를 또 다른 대북 압박카드로 활용하기위해 그의 방미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황장엽씨 주변에서는 "황씨의 방미는 미국 정부가 아닌 국방 인권관련 로비단체인 디펜스포럼측이 적극 추진한 것" 이라며 황씨에 대한 미 정부의 대북 압박카드 이용설을 경계하면서 "황씨 스스로도 예전과는 달리 우리 정부와 마찰을 빚더라도 기어코 가겠다는 입장에서 다소 후퇴했다"고 밝혀 그의 방미가 성사될 지 조차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입장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