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올 임단협의 핵심쟁점중 하나인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주장하는 노조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다른 대형 사업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수용된 노조안은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 현재 임단협이 진행 중인 조선업체에 '가이드 라인'으로 작용해 해당 노조의 압박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하청업체의 노조 결성과 산별노조 전환 움직임과 맞물릴 경우 사실상 하청업체의 단체교섭권마저 인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산업계 일각에서는 제기하고 있다. 당장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하청업체 근로자가 전체 작업인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조선업체들은 대우조선의 이번 합의로 상당히 곤혹스럽게 됐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원가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다"며 "대우조선의 합의가 '방향타'로 작용할 경우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으로서도 이번 합의에 따라 적지 않은 비용부담을 추가로 떠안게 됐다. 대우조선의 경우 하청업체 숫자만 60여개로 총 인원이 6천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대부분의 하청업체들이 기본급의 1백50% 가량을 성과급으로 지급해 준 만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청업체 경영진을 통해 합의내용을 지키도록 유도할 방침이지만 우선 계약물량 공사비용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보전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이에 대해 본사 정규직의 올해 기본급 인상률을 노조요구안(9.1%)보다 훨씬 낮은 5.4%로 낮췄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청업체의 임금 및 복지수준을 높이는 대신 본사직원의 인상률을 최대한 낮추는 선에서 노조와 합의함으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는 임단협이 12월 말에야 마무리됐다"며 "장기적인 교섭관행을 버리고 조기타결에 성공한 점도 노사관계의 긍정적 단면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노조도 이번 합의안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 관련 사안이 임단협에서 공식 거론되고 부분적으로나마 합의점을 찾은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회사는 그러나 경총이 올해 임단협 체결지침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측 요구를 받아들인데 대한 외부 비판을 의식하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 사항을 본 협약서에 명문화시키지 않고 비공개 별도 협약으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