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매각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조흥은행 노조가 오는 25일부터 전면파업을 예고해 놓고 있는 가운데 7천명이 넘는 직원의 사직서를 청와대에 제출하려고 시도한데 이어 전산망 마비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이에 대해 정부도 매각강행 방침을 분명히 하고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대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노조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정부의 매각절차나 의사결정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노조가 강경투쟁 일변도로 나서는 것은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가 힘들다. 노조에서 주장하는 매각반대 논리가 설득력이 약해 국민들의 눈에는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의 하나로 밖에 비쳐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독자생존을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불법 집단행동이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다. 주지하다시피 조흥은행에는 2조7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가 8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 푼의 공적자금이라도 더 회수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일괄매각을 선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만일 노조측의 주장대로 분산매각을 한다면 매각금액이 1조원 이상 줄어든다는 계산이고 보면 정부에 이를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이는 투입된 공적자금보다 더 많은 3조원 내외를 지불하면서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우선협상자를 제쳐두고 손해를 감수하고 헐값에 매각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조흥은행 노조는 강경투쟁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신분보장 등 조합원들의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투쟁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옳다. 정부에서도 여기에 대해서는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도 이번만은 노조 압력에 밀려 매각을 무산시켜서는 안된다. 정부가 최근 불법 집단행동에 번번이 굴복해 온 터라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진행된 이번 매각마저 노조에 밀려 무산된다면 국가신인도에 치명적인 손상이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청와대나 정치권도 이 문제에 더이상 개입하려 해선 안된다. 어설픈 정치논리로 개입하려 하다간 문제를 풀기는커녕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 뿐이라는 것은 과거 숱한 사례가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