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투자확대 등을 통해 경제를 살리려는 재계 움직임에 관계없이 출자총액제한 등 현행 재벌정책을 최소 3년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는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며 강력 반발,정부와 재계 사이에 다시 냉기류가 흐르고 있어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A3면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저녁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경련회장단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올 3·4분기까지 현행 재벌정책의 방향을 확정짓고 이를 3년간 시행한 뒤 그때 가서 결과를 평가해 재점검하겠다"고 말해 현행 대기업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강 위원장은 또 "경제가 어려울 때 꼭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경기 하강기에 구조조정을 착실히 해야 성장국면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로서는 일관되게 필요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잘라 말했다. 강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방일 성과를 경기 상승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외자유치를 확대하고 정부정책에 호응,투자를 늘리려는 재계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재계는 투자 확대를 추진하며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각종 규제철폐를 요구해왔다.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기업의 조직형태 등은 기업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대기업정책을 일정한 시한을 정해두고 계속 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 부회장은 "정부는 기업의 형태를 규제할게 아니라 미국 일본 등이 나름의 기업형태를 갖고 있는 것처럼 경제상황에 따른 최적의 형태를 가질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찬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기업그룹 회장은 "정부의 방침은 투자를 하지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손발이 묶여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그는 "정부는 금융과 물류 인프라를 완비해주고 규제를 없애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