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유재산 인정과 공산당 민주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전면적인 헌법개정에 착수,중국판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가 본격화됐다. 사유재산 인정은 자본주의의 완성이며,공산당 민주화는 정치개혁의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개헌 추진에는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장쩌민 전 주석의 영향권에서 조속히 벗어나 독자적인 정치권력을 강화하려는 전략도 들어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판 페레스트로이카=개헌안의 핵심은 사유재산권 보호와 공산당 민주화로 중국 사회주의의 근간을 바꾸는 대개혁조치다. 따라서 1980년대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구소련을 정치·경제적으로 전면 개혁한 페레스트로이카가 중국에도 펼쳐지는 것이다. 개헌은 지난 20여년간의 개혁·개방조치가 법적으로 완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사유재산제는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의 경제개혁 이후 현실 생활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법적으로는 아직 인정되지 않고 있다. 현재 헌법 12조에 '사회주의 공공재산 보호'란 규정만 있을뿐,사유재산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단지 1999년 3차 개헌에서 헌법 6조는 사유재산이란 언급없이 '비국유경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요한 구성부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유재산 인정과 더불어 민간기업 권리 확대는 국유기업 대신 민간기업을 중국경제의 핵으로 만들겠다는 게 중국정부의 장기적 목표임을 보여준다. 현재 민간기업체제가 정착돼 있으나 민간기업들은 은행대출 제한 등 국유기업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민간기업 권리가 확대되면 민간기업들도 금융거래 및 법인지위면에서 17만여개 국유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될 전망이다. 공산당 민주화는 개헌안에 시장과 성(省)장 선출방식을 '복수후보에 대한 투표선출'로 명시,현행 공산당의 일방적 임명방식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임을 예고했다. 또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내용도 명문화될 것으로 전해졌다. ◆후진타오 주석의 권력장악 의도=파이낸셜타임스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중국 사회의 근간을 바꿀 개헌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아직도 군사위주석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잔재를 털어내고,그의 영향권에서 조기에 탈피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장쩌민 측근들이 공산당 정치국을 장악하고 있는 등 후진타오 주석은 장쩌민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장 전 주석은 현행 헌법의 중요성과 정당성을 강조,개헌을 경계해 왔다. 이에 따라 2~3년 전부터 정부 일각에서는 사유재산 명시 등의 개헌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실제 개헌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내년 전인대(국회)에서 개헌안이 승인되면 후진타오 주석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중국을 명실상부한 자본주의 시장경제국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