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헤어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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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미용실은 1933년 봄 일본에서 퍼머기술을 익히고 돌아온 오엽주씨가 화신백화점에 개설한 화신미장원이었다고 한다.
70년대 전반까지 미장원으로 통칭되던 미용실은 80년대 들어 머리방 헤어숍 등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운영방식과 종사자 모두 달라졌다.
백열등에 빨간 의자 일색이던 인테리어는 은은한 조명에 흑백톤 벽지와 의자 등으로 세련돼졌고,고데기는 드라이기,미용사는 헤어디자이너로 변했다.
90년대 들어 자크 데상주를 비롯한 외국업체가 들어오면서 매장의 대형ㆍ고급화가 이뤄지고 체계적 교육과 마케팅으로 직영점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확장한 기업형 업소도 출현했다.
국내외 프랜차이즈 업체는 20여곳.박승철헤어스튜디오는 1백10개,이가자헤어서비스는 80여개,준오헤어코리아는 30곳의 직영점 내지 가맹점을 두고 있을 정도다.
전국의 미용실은 서울 2만여곳을 포함,8만여곳에 이르고 직원 10명 이상인 중대형만 1만6천곳,연간 시장규모는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미용사회 회원만 60만명이 넘고,중견 헤어디자이너의 경우 웬만한 대기업 간부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다.
시장이 커지고 종사자가 늘어나면서 남성 전용과 어린이 전용,스포츠 헤어클럽처럼 성별 연령 주제별 전문 미용실이 생겼는가 하면,커피바와 염색바 PC코너를 설치하는 등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 서대문구가 1백45개소의 미용실이 밀집된 이대앞 일대를 헤어 특화지구(가칭)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서울시와 협의해 동대문의 의류ㆍ패션지구,종로의 문화지구 같은 테마지역으로 육성,내국인은 물론 외국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든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디지털세상이라도 인터넷에서 머리를 자를 수는 없는 만큼 미용과 화장품 피부관리를 연계시킨 테마거리를 만들면 일단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모른다.
중요한 건 특구 지정이나 치장이 아니라 누구나 만족할 만한 기술과 서비스,합리적 가격이다.
해당지역내 업소 스스로 유ㆍ무형의 이미지 및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할 때 비로소 미용특구로서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