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5:14
수정2006.04.03 15:16
수백년 동안 유교의 보수적 도덕규범이 계속돼 온 한국에서 과거 상상할 수 없었던 성(性)문화를 소개하는 '아시아 에로스박물관'이 개관한 사실은 한국인들이 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9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날 남녀간 노골적인 성행위을 묘사한 티베트 밀교의 18세기 금동합환상(合歡像)을 감상하고 있는 두 학생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함께 싣고 이 같이보도했다.
LA 타임스는 '한국, 도발적 과거 드러내다(S.Korea Reveals a Racy Past)' 제하의 서울발 기사에서 지난 5월24일 서울 삼청동에 문을 연 에로스박물관은 문화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라며 국내 사회학자들과 큐레이터, 보통 사람들이 모두 입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경복궁 민속박물관 맞은 편 3층 건물에 자리잡은 에로스박물관은 교과서출판회사 사장을 지낸 김영수 관장이 수 십년 동안 수집, 소장해 온 작품 가운데 200여점이 전시하고 있다.
입구에 서있는 직경 약 1m크기의 남근석(男根石)을 통과하면 박물관 내부에는수세기에 걸쳐 내려온 각국 춘화(春畵)와 부적, 다산ㆍ풍요를 상징하는 작품들, 성희 노리개 등이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박물관 큐레이터들은 "전시품들은 한국인들이 개방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에로티시즘이 아시아 예술과 신앙체계, 각종 의례속에서 역할을 해왔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LA 타임스는 덧붙였다.
큐레이터 심광웅 씨는 "성에 대해 동서양은 시각차가 있으며 특히 힌두교와 티베트 불교 등 아시아에서는 성을 인간의 표현과 종교의 자연요소이자 음양의 합일로보고 있다"고 말했다.
LA 타임스는 예를 들면 경상도에서 수집된 약 2.1m크기 목제 토템은 비를 내리게 하려던 것으로 땅의 음기를 하늘의 양기가 아우르도록 여인들의 속옷을 꼭대기갈라진 곳에 걸어 놓도록 했다고 전하면서 한국 최초의 '성문화 박물관'에는 고유의성풍습은 물론 풍년과 풍어, 자손번성을 기원하는 성 관련 상징물, 부적, 목각, 석조물이 전시돼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용윤 특파원 yykim@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