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는 무너진 법 질서를 회복하는 일부터 주력해야 한다." "시장불안을 초래하는 정책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다." 11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원로경제인회의' 멤버로 참석할 조순 전 경제부총리(현 민족문화추진회 회장),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현 법무법인 김&장 고문)은 '게임 룰의 확립'과 '정책의 예측가능성 제고' 등을 정부의 우선적인 과제로 꼽았다. ◆ 조기 경기 회복엔 '비관적' 원로들은 당분간 국내 경기가 고전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순 전 부총리는 "과거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했던 후유증이 남아있는 만큼 거품 비용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공일 전 장관은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며 "미국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제2, 제3의 세계 경제 엔진인 일본과 독일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조기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고 중국 등 화교경제권도 사스 때문에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콜금리 인하에 이어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한다지만 내수ㆍ수출ㆍ투자 추이를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헌재 전 장관은 "국내 경제가 더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급격히 살아나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한 강연에서 "금리 조정과 같은 거시 정책수단을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 등에 이용한 탓에 정작 필요할 때는 쓰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법 질서 회복이 급선무 조 전 부총리는 "국내 경제가 심각한 만큼 실제 이상으로 공황심리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때 국민과 정부가 모두 서두르면 설익은 정책이 나오고 경제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공 전 장관은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과 법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경제적 변수는 추경 편성 등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정치ㆍ사회적인 문제는 이런 것들로 처리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사분규 등으로 법 질서가 무너지면 기업 투자가 어렵고 기업투자가 안되면 경기활성화는 요원하다"며 "외국투자자들이 들어와야 동북아 경제 중심도 가능한 데 노사관계가 불안해서야 누가 들어오겠냐"고 반문했다. 사공 전 장관은 이와 함께 "경제정책 조정기능을 강화해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각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해야 하며 청와대에도 경제정책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며 "5천만명을 먹여 살릴 경제를 꾸리는데 조직이 허술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민간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높아졌지만 부동산ㆍ증시ㆍ신용카드 등과 관련한 신용붕괴에 대해서는 항상 예의주시하면서 차분히 대응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언ㆍ박수진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