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내년부터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이 즉각 수용불가 입장을 밝혀 정부 내에서 국방비 증액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장관은 9일 국회 통일ㆍ외교ㆍ안보분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내년엔 국내총생산(GDP) 대비 3.2% 내외로 국방비 증액을 건의하고 단계적으로 3.5% 수준으로 올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기자와 만나 "국방부가 올해 예산보다 대폭 증액해 예산을 요구했지만 내년 재정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최근 기획예산처에 올해 국방예산액 17조4천억원보다 28% 늘어난 22조3천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년 GDP 추정액의 3.2% 수준이다. 박 장관은 "아직 국방비 증액 문제에 대해 청와대 등과 협의하진 않았지만 내년 재정 증가율이나 이를 약간 상회하는 선에서 국방 예산을 확대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방예산 증액문제는 고건 총리가 최근 "국방비는 GDP의 3%는 넘어야 하며 내년부터 예산에 반영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예산처 관계자는 "내년도 재정 증가율이 경제성장률 수준인 8∼9% 정도이기 때문에 국방예산의 확대도 이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철ㆍ김용준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