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만 있게 되면 느릿느릿 해지지만 가물치를 이 물에 풀어 놓으면 미꾸라지가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바삐 움직이면서 오히려 민첩해지고 튼튼해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9일 됴쿄 영빈관에서 기자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한.일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이같은 '가물치유용론'을 내세웠다. 국제 무대에서 무역과 투자의 장벽이 점차 없어져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을 마냥 보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또 아이교육의 방법을 예로 들면서 '준마(駿馬)론'도 끄집어 냈다. "아이들을 키워보면 아이들마다 교육방법이 다를 수 밖에 없다.준마에 채찍질을 하면 더 잘 달리지만,힘없고 약한 말은 때려선 안된다.때리면 쓰러진다.한국 국민은 바로 준마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한·일 FTA체결은 우리에게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며 "한국민은 위기에 강하고,그 위기는 극복할 수 있는 위기"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FTA체결을 위한 정부간 협상시작 시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것이며,상대방 전략도 봐야 한다"며 "시기를 밝힐 수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분명한 점은 가급적 빨리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라며 "속도를 빠르게 해 나가면서,약간 느린 걸음도 보여야 일본의 성의있는 노력을 촉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FTA가 체결되면 단기적으로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우리에게 손해도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것"이라며 "기술수준 차이가 큰 중소기업 등은 어려움이 많겠고 집단간 이해관계가 달라지면서 이득이 다른 쪽으로도 갈 수 있어 이런 부분은 조정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예컨대 일본이 (한국인에 대한) 비자면제라든가,적극적인 기술이전에 나설 때 한국 국민들이 마음을 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어야 FTA체결이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배석한 윤진식 산자부 장관도 "한·일간 FTA체결 추진에서 중국관계도 중요하다"며 "일본은 한국이 중국과 먼저 체결할 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앞서 올해중 협상시작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