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과 압구정동.


서울의 대표적인 '부자 거리'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에는 퓨전요리전문점 와인바 등이 몰려 있는 압구정 로데오를 비롯해 외제 자동차 전시장,명품 숍 등이 들어서 있다.


그동안 '보통사람'들에겐 낯설게 느껴졌던 곳이기도 하다.


출신이나 배경이 특별하고 재력을 갖춘 '소수'만이 드나드는 폐쇄적 공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친 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보통사람들이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공간이 많이 늘어났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


연휴 마지막날인 8일 오후 6시.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좁은 골목들이 이리저리 얽혀 있는 탓에 일대는 지나는 차들로 금세 북새통을 이룬다.


차들 사이로 배꼽을 드러낸 의상을 입은 젊은 여성들이 지나간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어깨에 문신을 그린 청년들도 보인다.


압구정 로데오는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이 모이는 상권이다.


손님들의 취향이 독특한 만큼 특이한 가게가 많다.


퓨전요리 전문점과 와인바는 압구정 로데오 거리의 2대 명물로 꼽힌다.


와인바에서 만난 김지은씨(25·송파구 신천동)는 "전에는 수입 맥주를 들이켜며 재즈를 들으러 왔는데 요즘엔 와인 마시러 자주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터무니 없이 비싸거나 고급스러운 곳만 있는 것은 아니다.


1만∼2만원만 내면 점을 봐주는 점술 카페,고급 바를 흉내낸 오뎅집,건물 사이에 텐트를 쳐놓고 음식을 파는 텐트바 등도 압구정 로데오의 명물이다.


텐트바에서 고추장찌개 안주로 소주를 마시던 회사원 유미영씨(28·강남구 대치동)는 "여기서 큰 돈을 쓰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값이 저렴하면서 분위기가 이색적인 집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도산대로 외제차 거리


학동 사거리에서 안세병원 사거리에 이르는 도산대로는 '외제차 거리'.


도로 양쪽에 BMW 벤츠 도요타 아우디 푸조 시트로앵 등 11개 외제차 매장이 들어서 있다.


8일 오후 2시 메르세데스 벤츠 매장에서는 두 팀의 손님이 상담을 하고 있다.


영업사원은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새 디자인의 S클래스 모델을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는 "예전에는 커다랗고 각진 검은 색 차가 잘 나갔지만 요즘엔 디자인이 스포티한 차가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젊은 고객이 늘면서 모델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란다.


이 매장에서는 하루 8∼9팀이 상담을 하고 한 달에 1백여대의 차가 팔려 나간다.


맞은편에 있는 BMW 매장도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이 곳은 4천만원에서 2억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차가 전시돼 있어 여러 부류의 고객이 찾아온다.


BMW 마케팅팀의 오용현 과장은 "전에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 '매국노'라고 손가락질 받기도 했다"며 "외제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담동 명품거리


청담 사거리에서 갤러리아 명품관에 이르는 길 양쪽에는 루이비통 구치 아르마니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 30여개가 길게 늘어서 있다.


이 곳은 백화점 매장보다 디자인이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은 게 특징이다.


8일 오후 2시.


프라다 매장 2층.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한참 점원과 상담을 하더니 가슴이 깊게 팬 하얀 캐주얼 의류를 고른다.


정승원 프라다 점장은 "올해는 유난히 캐주얼한 제품이 많이 나간다"며 "정장 위주로 팔렸던 몇 년 전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청담동 명품 거리는 최근 불황으로 매출이 다소 줄었다.


지갑이 얇아진 중산층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품 점포 숫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랄프로렌 아르마니 페라가모 매장 등이 최근 새로 문을 열었다.


청담동 매장이 안테나숍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다.


정 점장은 "청담동은 국내에 유일한 디자이너 의류 거리"라며 "경기가 회복되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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