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발생한 서울 홍지문터널 차량추돌 화재가 대형참사로 이어지지 않은데는 한 용감한 시민의 인명구조 활약이 있었다. 김근수씨(62·서울 성동구 마장동)는 같은 교회 신도들과 함께 야외예배를 보러가기 위해 사고버스에 탔다가 터널 안에서 갑자기 버스가 뭔가에 부딪치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버스 앞쪽에 타고 있던 김씨는 정신을 차린 뒤 주먹과 발로 유리창을 깨고 밖으로 나와 차 안에 쓰러져 있던 사람들을 끌어냈다. 사고 차량을 1백m 뒤에서 승용차로 따라오던 같은 교회 신도 이길우(67) 조승택씨(57) 2명도 김씨의 구조활동을 목격하고 함께 좌석 틈에 발이 끼여 나오지 못하고 있던 다른 일행들을 구해냈다. 김씨 등은 피를 흘리며 걸어나오는 부상자들을 택시를 잡아 병원으로 보냈다. 다행히 화재는 사람들이 차 밖으로 빠져나온 뒤 발생했다. 사고차량에 불꽃이 인 것을 발견한 김근수씨는 사고지점 건너편 벽에 소화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소방호스가 짧아 불이 난 지점까지 닿지 않았다. 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씨는 일행들이 모두 빠져나간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물을 잠근 뒤 터널 밖으로 피했다. 터널 밖으로 나온 김씨는 곧바로 고대 안암병원으로 실려갔다. 유독가스를 많이 들이마신데다 사고 당시 어깨에 부상을 입은 김씨는 "당시 소방호스가 사고지점에 닿지 않을 정도로 짧았던 게 너무 이상했다"면서 "터널의 안전대비시설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