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집중점검] 수도권공장 신증설 논란 : 투자효율이냐…지역균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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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허용 여부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삼성전자 쌍용자동차 등 관련업체들은 투자활성화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공장 신ㆍ증설을 억제하는 규제를 철폐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외국인투자기업인 LG필립스LCD의 수도권공장 신설을 예외적으로 허용, 역차별 논쟁까지 빚어지고 있다.
정부도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는 규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정책과 상충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역차별보다는 생존의 문제
공장 신ㆍ증설에 발이 묶였던 기업들의 불만이 터지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외국인투자기업에 국한해 수도권내 공장 신ㆍ증설을 허용하면서부터.
정부는 지난 3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수도권내 공장 신ㆍ증설 규제를 개선키로 하고 LG필립스LCD의 파주공장 건설을 허용했다.
이미 공장 신ㆍ증설에 발이 묶여 애를 먹던 국내 기업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인다는 명분 아래 국내 기업이 차별 대우를 받아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쌍용자동차처럼 당장 신ㆍ증설이 시급한 회사들은 더 다급하다.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억제가 '역차별 문제'라기보다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당장 공장 확충에 나서지 못할 경우 멀지 않은 미래에 심각한 경쟁력 약화 현상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재계는 특히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규제 완화조치가 기업의 투자확대로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위축된 경기의 조기 회복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
경제 5단체 부회장단은 이와 관련,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올해 14개 그룹의 투자 규모는 26조원에서 30조원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문제의 조기 해결을 촉구했다.
효율을 높이는 정책이 절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주장하는 지역균형발전 논리가 산업의 특수성과 개별 기업의 전략을 무시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지역별로 특화산업을 육성해 균형 발전을 이뤄야지 개별 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분산해서 공장을 지으라고 해서는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꾸준히 화성공장의 증설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이 '집적화'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외 반도체 업체의 경영자들은 삼성전자의 기흥사업장 43만평에 모든 시설이 집적돼 있다는 점을 삼성전자 성공의 가장 큰 비결로 꼽는다.
라인 설치에서부터 공정기술과 연구개발에 이르기까지 분야별 베테랑들이 전 사업장에서 생긴 문제를 동시에 신속하게 해결하고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최근 일본 반도체업계의 부진과 관련, "일본의 업체들은 지진을 우려해 공장과 연구소를 각 지역에 분산시켜 놓았다는 것이 최대 실책"이라며 "분산된 생산 및 연구거점 탓에 의사결정과 문제해결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삼성을 추격하기 위해 최근 중국이 상하이에 2백83만평에 달하는 푸둥하이테크단지를 조성, SMIC를 비롯한 반도체업체들을 입주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평택 한 곳에 공장을 둔 쌍용자동차도 마찬가지.
이 회사의 현재 생산량은 연간 20만대 미만에 불과하다.
성장을 위해 생산량 증대는 필수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공장을 증설했다가는 생산라인 분산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데다 물류비용이 늘어나 경쟁력을 잃게 된다.
쌍용 관계자는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눈 앞의 내 땅을 놓고 다른 곳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불합리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풀어주자니…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증설 허용에 관해 정부는 일단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업계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백일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터라 관련부처는 더욱 고민이다.
문제는 현 정부가 국정 운영 핵심 과제로 지역 균형발전을 꼽고 있다는 것.
두 업체의 공장 증설을 허용할 경우 정부 스스로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을 포기하는 모양새가 된다는게 정부의 고민이다.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도 "해당 업체가 공장 증설의 시급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국토균형 발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등의 수도권 공장 증설 요구를 당장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이 있는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는 LG필립스LCD의 파주공장 건설을 허용해 준 것은 "수도권 지역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파주지역에 공장 설립을 요청해 역차별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산자부는 "삼성전자 공장 증설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시행규칙을 개정하더라도 건설교통부가 담당하고 있는 택지개발촉진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증설은 여전히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부처간 협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의 수도권 지역 공장 증설 허용여부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도 극명히 갈리고 있다.
박양호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실장은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증설을 허용하면 가뜩이나 심한 수도권 편중 현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내놓을 예정인 지방균형 발전 전략을 검토한 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수도권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수도권 과밀 억제 정책이 실효성을 잃었다는 증거"라며 "정부는 고급인력 수급을 위해 수도권을 선호하는 기업들을 무조건 지방으로 밀어내려고만 하지 말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택ㆍ김홍열ㆍ홍성원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