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9일부터 한 달여 동안 삼성 LG SK 등 6개 그룹 소속 20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중 SK그룹은 SK글로벌 정상화 방안이 마련된 다음 조사에 착수키로 해 다른 그룹보다 조사 시기가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2월 예고했던 대로 삼성 LG SK 현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6개 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9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실시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룹별 조사대상 계열사는 삼성 LG SK 그룹이 각각 5개다. 지난 2000년 8월 4차 조사 때까지 한 그룹이었던 현대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은 합쳐서 5개 계열사(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종합상사 현대증권 현대중공업)가 선정됐다. 강 위원장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가 상대적으로 큰 회사들이 조사대상에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 투자지원과 개혁 병행 이같은 조사방침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의 경기 부진을 감안해 6개 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늦출 것이라던 일부 관측과 달라 정부의 향후 기업정책 방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개혁과 경기부양은 하나를 추진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며 '개혁ㆍ투자지원 병행'이 향후 정부의 기업정책 기조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 경기하강기 수술론 강 위원장은 "대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2ㆍ4분기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럴 때 한계기업이 퇴출되고 신규산업이 등장하는 산업 재편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으므로 구조조정을 위한 개혁은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운 만큼 조사시기를 조정하는게 좋겠다"며 '불황기 수술론'에 이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조사 대상은 줄여 이같은 '경기상황론'은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계획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조사대상 기업수를 줄이고, 조사시점도 조절키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과거보다 그룹별로 조사대상을 1∼2개사씩 줄였다"고 덧붙였다. ◆ 상당기업 제재받을 듯 공정위는 대신 총수 지배 구조의 핵심을 이루는 회사(삼성에버랜드, SK C&C 등)와 부당 지원의 중심을 차지하는 금융계열사(삼성생명, LG투자증권, SK생명) 등을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과거처럼 투망식 조사가 아니라 혐의를 잡아 정곡을 찌르는 조사를 벌이겠다는 의지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