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없는 회사''창립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회사' 인조모피를 생산하는 중견기업 텍슨에 붙어 다니는 수식어다. 한만오 텍슨 회장(54)은 노사일심(勞使一心)경영으로 설립 24년만에 회사를 세계적 인조모피회사로 키웠다. 생산량의 95%를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 칭다오 공장을 포함해 지난해 5백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8백억원이 목표.그동안 매출은 연평균 약 20%씩 성장해왔다. 24년간 무노조에 흑자를 이룬 비결이 무엇일까.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 은봉리 본사를 찾았다. 공장은 조용하면서도 깔끔했다. "무슨 특별한 비결이야 있겠습니까.다만 직원들이 잘못을 하면 매섭게 질타를 하지요.질타가 경영자로서 직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입니다." 한 회장의 노사일심 경영 비결은 사랑의 매에 있었다. "경영자는 월급 한 푼 더 주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만족해서는 안됩니다.그렇게 해서는 근로자들이 독립할 수 없지요." 그는 "아직까지 내 밑에서 일하다 나간 직원 가운데 실패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자랑했다. 한 회장은 결혼 한 달만인 지난 79년 4월 처갓집을 담보로 종잣돈을 마련해 사업을 시작했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그는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며 매년 여름휴가를 직원 및 직원가족들과 함께 보낸다. 동해안 서해안 등 전국의 해수욕장은 안가 본 곳이 없다. 물론 비용은 전액 회사에서 충당했다. "당시는 휴가문화가 발달되지 않아 휴가가는 걸 오히려 직원들이 걱정하던 때였습니다.그래서 회사가 직원들의 휴가를 챙겨주기로 한 것이지요." 86년 여름엔 제주도를 2박3일간 다녀오기도 했다. 직원들이 즐거워하고 한 마음이 된 것은 물론이다. 한 회장은 직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개발회의에 참가해 격의없는 토론을 하는 등 열린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한 회장의 노사일심 경영은 노동운동이 전국을 강타했던 80년대말 직원들의 결속을 강하게 만들었다. 88년 인수한 자동차부품 업체인 한독금속의 노조가 회사 앞에서 텐트농성을 할 때도 동요 없이 생산라인을 지켰다. "당시 외부에서 우리 회사에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텍슨은 이같은 노사문화를 토대로 비전을 마련하고 세계적인 인조모피 회사로 키워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동유럽 지역을 새로운 주수출시장으로 만들었다. 사회봉사에도 적극 나서 순이익의 5%를 불우이웃을 위해 쓰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한 회장은 지난달 21일 '제15회 중소기업주간'에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