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안 현대카드 회장이 카드업계의 '아이디어 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현금서비스 한도 단계적 축소' '장기대환대출 활성화' 등 최근 잇따라 도입되고 있는 신용카드 대책에 이 회장의 아이디어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 실제로 이 회장은 올초부터 LG 삼성 등 대형 카드사 사장들을 찾아다니며 "카드사들이 신사협정을 맺은 후 회원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현금서비스 한도를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이 각개약진 식으로 갑작스레 한도를 축소하면 회원들의 자금 유동성을 더욱 악화시켜 부실의 가속화만 초래한다는 논리였다. 이 회장은 또 "업계가 다같이 장기대환대출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공동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펴왔다. 다중 채무자의 경우 어느 한 회사가 대환대출을 해줘 일시적으로 개선되더라도 다른 회사가 회수에 나서면 대환대출해준 회사만 손해가 난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이 회장이 최근 제안한 또 하나의 아이디어는 '채권추심 공동기구 설립'이다. "현금서비스 이용액의 32%가 다중채무자 사용액이므로 이들에 대한 공동관리가 필요하다"는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다른 카드사들도 현재의 개별적인 채권추심 체제가 신용불량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회장이 이처럼 연체 문제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데 대해 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이 낮은 점이 오히려 현대카드의 입지를 강화시켜 준 측면이 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