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한국에서 기업 못해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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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기업인들이 잇따라 "한국에서는 기업을 못해 먹겠다"며 정부를 맹공하고 있는 것은 '쓴소리'이긴 해도 결코 그냥 넘겨 버릴 일이 아니다.
특히 미국 유럽 일본 등 모든 지역의 주한 외국기업인들이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노동정책 기업정책 등 현재의 경제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뜻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주한 일본기업인들은 30일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을 초청한 간담회에서 "한국정부는 두산중공업 사태에서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깼고 화물연대 파업에서도 공정성이 결여된 결정을 했다"며 호된 비판을 했다고 한다.
"외자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문제"라는 지적까지 한 이들의 고언(苦言)은 균형있는 노사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 것이라는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주한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도 최근 간담회에서 "다른 국가들은 외국항공사들을 위한 사스 대책을 신속히 마련했는데 한국정부는 2개월이나 묵묵부답"이라거나 "SK글로벌 사태는 한국 경기와 국제 신인도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인데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몰아붙였다고 한다.
경제정책이 얼마나 탁상행정식이고 관료들은 또 얼마나 무사안일에 젖어 있는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도 최근 주한 미상공회의소 관계자로부터 "호텔 객실 점유율이 50%에 불과한데도 인력감축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한 비판을 들었고 권오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역시 주한 외국기업인들로부터 "정부의 노사관이 문제"라거나 "노사정책에 법과 원칙이 없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불법집단행동엔 엄정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하다 결국엔 노조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정부의 모습은 외국인들에게도 비정상적으로 보이긴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그런 이들의 눈에 "불법파업이라 하더라도 비폭력적일 경우엔 공권력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명시하자"거나 "불법행동이라도 명분이 있다면 받아들이겠다"는 노동장관의 발언이 어떻게 비칠지는 상상키 어렵지 않다.
주한 외국기업인들의 고언도 따지고보면 우리가 기회 있을 때마다 제기해온 지적들과 결코 다를 것이 없다.
특히 외국기업인들의 경우 경제환경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다 주재국 정부에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지적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사안은 아니다.
한국의 노동정책과 기업정책이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이상 문제개선은 빠를수록 좋다. 요즘처럼 정책난맥상이 계속되면 외국기업 유치나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은커녕 이미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마저 빠져나가는 한국엑소더스 현상이 초래되지 않을까 두렵다. "국가전체의 산업발전을 생각해 민관이 보조를 맞춰나가야 한다"는 한 외국기업인의 충고처럼 이제는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