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글로벌스탠더드로 가자] (8) '국내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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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간 불신의 벽이 너무 높았다. 무슨 말을 해도 마치 법리 논쟁하듯 문구 하나 하나까지 챙기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됐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 두산중공업 사태 중재를 담당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털어놓은 한탄이다.
우리 나라의 전반적인 노사 협상 문화는 물론 불신이 뿌리깊게 박혀있는 우리 노사 관계의 현주소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일부 기업주들은 노동조합 출범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노조 역시 회사의 경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강경 일변도로 나가 소중한 삶의 터전을 날려 버린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상생의 신노사문화가 기업내에 뿌리 내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관건은 경영자의 신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경영자가 수직적인 명령 하달식의 유교적 조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기업의 생존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근로자를 단순한 생산 도구로 간주하는 기업들이 아직까지 다수 존재하고 있고 이로 인한 노조 반발로 노사 분규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휴대폰 충전기 제조업체인 D정보통신은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해 상장을 앞둔 연평균 매출액 3백60억원의 우량 중소기업이었다.
88세의 창업주는 "나의 피땀으로 이룩한 만큼 회사는 내 것"이라고 여겼다.
회사가 어려울 때 개인소유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충당할 만큼 회사에 애정이 깊었지만 종업원들에게는 생계를 책임지는 대가로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했다.
노사관계를 근로자의 합법적인 권리에 근거한 '계약 관계'라기보다는 봉건적인 '주종의 관계'로 인식했다.
정부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지원 금지 정책으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경영진은 일방적으로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회사의 해고에 노조는 조퇴와 잔업 거부로 맞섰다.
회사는 곧바로 '전면 휴업'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고 노조는 정문 옆에 텐트를 치고 출근 투쟁을 강행했다.
두달여의 대치 끝에 회사는 폐업 신고를 했다.
노사간의 '자존심 싸움'은 자산가치 2백50억원짜리 알짜 회사를 공중 분해시켜 버렸다.
전문가들은 "노조를 여전히 견제의 대상으로 삼는 사용주의 그릇된 태도와 경영진을 적대시해야 '정통'으로 인정받는다고 여기는 노조의 시대착오적 인식이 불안정한 노사 관계의 근본 원인"이라며 "노사가 상생의 길을 걷기 위해선 '상대가 변하지 않는 한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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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윤기설 노동전문(팀장).김홍열(산업부 대기업팀).김형호(건설부동산부).이정호(경제부 정책팀) 기자.양승득 도쿄.오광진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