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윤리경영을 말할 때는 존슨앤드존슨의 사례가 곧잘 들먹여지곤 한다. 이 회사는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1982년 한 정신병자가 타이레놀 캡슐에 극약을 넣어 6명이 사망하는 대형 의약사고가 일어났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즉각 사고가 난 시카고지역의 제품을 수거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존슨앤드존슨은 '고객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며 미국 전지역의 제품을 전량 회수하는 한편 무려 1억달러라는 광고비를 들여 "원인 규명이 될 때까지는 복용치 말라"는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사건 이후 소비자들의 신뢰가 더욱 깊어졌음은 물론이다.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납품업자로부터 커피 한잔도 얻어 마실 수 없는 엄격한 윤리규정을 두어 이를 어길 경우 파면도 불사하고 있다고 한다. 3M은 공무원에 대한 접대를 일절 금하고,사업과 관련된 상대방에게는 연간 50달러를 넘는 향응을 금지하는 등 구체적인 윤리경영 매뉴얼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윤리경영은 오래 전부터 강조되기는 했지만 기업들의 회계 부정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에 대한 신뢰제고와 지속적인 기업 성장에는 윤리경영이 제일이라는 것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보면 윤리적인 기업에 대한 주식투자가 수익성 면에서 여느 우량기업에 대한 투자 못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미국 유명대학들이 MBA과정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윤리과정을 다투어 개설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국내 많은 기업들도 윤리경영의 일환으로 윤리강령을 만들어 실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그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박용성 상의회장이 엊그제 반부패국제회의(IACC)에서 "기업이 생존하려면 시민사회로부터 윤리경영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만 봐도 그렇다. 윤리경영이란 기업윤리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면서 투명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업무를 하자는 것이다. 아무리 경영성과가 좋아도 사회적 신뢰를 잃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윤리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