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백운학 감독의 형사 액션영화 '튜브'(제작 미르필름)가 6월5일 팬들을 찾는다. 서울의 지하철 폭파를 소재로 만든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재난영화식 액션과 캐릭터,이야기구조를 지녔다. '다이하드' 식의 고집불통 형사가 달리는 지하철을 멈추게 하기 위해 고강도 액션을 펼치는 '튜브'는 대규모 화력을 동원해 화려한 볼거리를 주지만 전형적인 캐릭터와 권선징악적 이야기구조를 가진 '대중 영화'다. 지하철 승객을 볼모로 자신을 버린 상관에게 복수하려는 전직 최고 정보요원 강기택(박상민),그로부터 연인을 잃고 복수하려는 집념의 형사 장도준(김석훈),장 형사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송인경(배두나)이 중심 인물이다. 전직 정보부의 정예요원이 악당으로 상정된 것은 개발독재시대에 무조건적인 정의로 여겨졌던 공권력이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양면성을 지닌 것으로 인식되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했다. 이 영화는 요즘 상영 중인 형사영화 '살인의 추억'과 '와일드 카드'에 비해 액션의 비중이 크다. 오토바이의 질주,화기 난사,테러리스트와 형사간의 주먹 대결 등 개별 액션장면들은 할리우드 액션물에 뒤지지 않을 만큼 박진감이 넘친다. 그러나 캐릭터 구축과 드라마 구성력은 약하다. 이야기를 끌고가는 강기택과 장도준의 원한관계는 연출자의 의도로만 비쳐질 뿐 관객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배우들의 액션에 마땅히 따라야 할 정서도 부족하다. 카메라가 중심 인물들간의 능동적인 행동과 수동적인 반응장면(역쇼트)들을 일관되게 추적하지 못하고 한 액션장면에서 촬영된 '의미 없는' 쇼트들을 남발하고 있다. 완성된 인물들의 개인사(史)를 일러주는 삽입장면들도 적절한 자리를 찾지 못해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 권오중 기주봉 임현식 손병호 등의 조역들은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으나 드라마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는 못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