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불 붙었다] 갈곳없는 돈 코스닥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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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자금이 코스닥으로 몰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거래소 상장주식을 처분하고 코스닥등록 주식을 사들이는 등 "탈(脫) 거래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에 비해 코스닥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는 데다 프로그램매물 부담도 없다는 측면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 되는 곳으로 뭉칫돈이 몰려다니는 "게릴라식" 투자행태가 부동산에 이어 코스닥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6일 코스닥시장의 거래량은 5억주를 웃돈 가운데 지수가 3.5%나 올라 지수상승률과 거래량에서 거래소시장을 앞섰다.
◆세 박자 갖춘 코스닥
얼마전까지만 해도 코스닥시장은 매수주체 주도주 모멘텀이 없는 '3무(無)현상'에 시달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상황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개인이 코스닥의 매수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터넷 및 게임주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타면서 주도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인터넷 기업들의 1·4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와 미국 정보기술(IT)경기의 바닥 통과 기대감 등은 코스닥시장에서 강력한 주가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거래소시장이 선물가격 움직임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프로그램매매에 발목이 잡혀 있는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기관이 번갈아 매수에 나서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특히 수출기업이 많이 포진해 있는 거래소와 달리 코스닥은 미국 달러화 약세 등 환율변동에 따른 충격을 덜 받는다는 점도 최근 강세장의 주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주도세력으로 부상한 개인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의 코스닥 매수대금은 하루평균 1조원을 밑돌았다.
코스닥지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3월17일(34.64) 개인의 매수대금은 5천억원에 머물렀다.
지난달 중순 1조원을 넘기 시작한 개인의 매수대금은 이달 들어 1조2천억∼1조3천억원대로 늘어났고 26일엔 1조8천억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코스닥지수가 평균 65선이고 개인의 하루 평균 매수대금이 1조2천억원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닥에 몰리는 개인들의 투자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NHN 옥션 네오위즈 등 이른바 '인터넷 4인방'과 웹젠 등 게임주가 버블(거품)논쟁을 불러올 정도로 연일 코스닥시장을 뜨겁게 달군 점이 최근 시장상황과 무관치 않다.
◆유동성 랠리 오나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유동성 장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삼성증권 손범규 연구위원은 "코스닥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인터넷 및 게임 관련주의 열기가 식지 않는 한 코스닥의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동준 투자분석부 차장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시중자금이 투자메리트가 있는 곳으로 옮겨다니고 있다"며 "거래소의 가치주와 코스닥의 인터넷 관련주가 투자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장은 그러나 "수출을 비롯한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카드채 불안 등 잠재변수를 감안해야 한다"며 "최근 '묻지마 투자'식의 머니게임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