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글로벌스탠더드로 가자] (6) '선진국의 노동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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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9년 9월7일 뉴욕 월가(街)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노동계를 대표하는 미국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AFL-CIO)의 존 스위니 위원장이 증권거래소 개장을 알리는 타종식을 가진 것이다.
1백여년의 활동 과정에서 사용자측과 총격전까지 벌인 적도 있는 노동단체 수장이 자본가들의 본산인 NYSE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뉴욕타임스가 "스위니 위원장이 타종하는 순간 '계급투쟁'이라는 기나긴 이념논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할 정도였다.
주가도 역사적 사건에 화답이라도 하듯 하루만에 2백35포인트나 뛰었다.
상급 노동단체의 유연한 화해 제스처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1800년대 말부터 극렬한 노동운동을 경험한 미국은 1955년 양대 노총인 미국노동총연맹(AFL)과 산업별노동조합(CIO)이 '모든 노조, 모든 인종, 모든 신념의 통합'이란 모토 아래 통합되면서 노동운동의 본격적인 구심점을 되찾았다.
크리스틴 오웬스 AFL-CIO 홍보국장은 "CIO 재정부실화가 통합을 급진전시켰지만 결과적으로 대규모 파업이 줄고 노동단체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AFL-CIO에 대한 경영자들의 신뢰는 두텁다.
제너럴 모터스(GM)와 같은 선진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실무자들에게 모든 노사 현안에 대해 AFL-CIO와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렇듯 근로자 전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강력한 단일 상급단체 아래서 노사 안정을 찾는 경우가 많다.
복수 상급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할지라도 현실적으로는 하나의 상급 노동단체에 '힘의 균형'이 실려 있다.
상급단체간의 선명성 경쟁은 국민과 개별 노조의 외면으로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네덜란드에는 네덜란드 노조연합(FNV) 기독교 노조연합(CNV) 사무노조 연합격인 사무 및 간부협회(VHP) 등 세 개의 상급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단체는 FNV.
14개 산별노조를 산하에 두고 있으며 네덜란드 전체 노조원의 63%인 1백20만명이 가입돼 있다.
1982년 가톨릭 노동단체연합(NKV)과 사회주의 노동단체연합(NVV)이 연합해 결성됐다.
이어 제조 교통 경찰 서비스 교육 보건 등 11개 산별노조를 거느린 CNV가 18%인 36만명 정도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CNV는 FNV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업 실시나 참가를 꺼린다.
정치적으로는 FNV가 사회민주당(PvdA)에, CNV는 기독교민주당(CDA)에 가깝다.
VHP는 9%의 회원을 두고 있다.
3개 상급단체가 있어도 조직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노조처럼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다.
피터 오우덴나르덴 CNV 정책개발 담당자는 "전통 종교 이념에 따라 확연히 구분되나 선명성을 따지거나 하는 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특히 최근 들어 FNV와 CNV의 협력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증가 추구,기업들간의 과도한 임금격차 방지 및 무리한 임금상승 억제, 사회복지 확대 추구 등의 공통 목표를 설정해 상급 노동단체간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도 전체 노동조합의 65% 가량이 일본노동자총연합회(렌고)에 소속돼 있을 만큼 단일 상급 노동단체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과거 전노련 전노협 등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으나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강한데다 이들 상급단체가 1950∼70년대 과격 파업을 주도해 노조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요지 다쓰이 국장은 "과거 전노련 등 정치적 색채가 강한 상급단체가 조합원들의 민의와 달리 과격한 투쟁을 전개하면서 외면당하기 시작해 현재는 미미한 산하 노조만이 남아 있다"며 "현재 일본의 상급단체는 렌고를 중심으로 통합화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트레흐트(네덜란드)ㆍ도쿄(일본)ㆍ워싱턴(미국)=김홍열ㆍ김형호ㆍ이정호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