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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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촌에서 일년중 가장 바쁜 시기는 소만(小滿)에서 망종(芒種)까지의 보름간이다.
보리 수확을 끝내고 서둘러 모내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 바빴으면 부엌의 부지깽이가 거들고 죽은 중이 꿈적이고 발등에 오줌 싼다고 했을까.
지금은 예전과 달리 보리를 많이 심지 않고 영농도 이앙기 등이 나와 훨씬 수월해졌다고는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바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제가 소만이었다.
농촌 들녘은 모내기철을 맞아 부산한 모습이다.
농부들의 구성진 모내기 노래 대신 기계음이 웅웅거리고 쟁기질과 써레질을 기계가 도맡아 종전의 목가적인 풍경은 아니라 해도,풍년을 기대하며 대지를 일구는 농부의 심정은 여전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농민들의 이런 기대 한 편에는 걱정도 쌓여가고 있다.
정부의 쌀 수매가는 영농비를 충당하기에 빠듯하고, 창고마다 쌀 재고량이 넘쳐 그토록 귀히 여기던 쌀이 어느샌가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되어서다.
게다가 쌀시장이 개방됐을 때 우리 쌀이 과연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보다 못한 농민단체 소비자단체들이 나서 쌀소비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1980년에는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이 1백32㎏이었으나 현재는 87㎏에 불과,쌀소비운동을 농촌살리기운동의 일환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쌀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개발을 서두르고 아침밥 먹기운동을 벌이는 것은 모두 소비촉진을 위한 일들이다.
쌀에 대한 영양학적 우수성과 그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기도 하다.
"쌀을 먹는 사람은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낮아진다"는 외국학자의 논문이 소개되는가 하면,미국 듀크대학의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과 일본에서의 쌀밥을 이용한 알레르기 치료 등도 관심을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쌀의 우수성이 입증되면서 미국에서는 지난 20년간 쌀 소비가 2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국내 쌀소비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단순히 애국심에 호소하며 쌀소비를 권장하기보단 우리 쌀의 장점을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 것인지가 풀어야 할 과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