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5위 은행그룹인 리소나가 자본 부족으로 2조엔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사실상 국유화됐다.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주재로 지난 17일 밤 금융위기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리소나 그룹의 공적자금 지원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지원 규모는 약 2조엔이며,지난 3월 말 결산에서 3.78%로 추락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계정에 투입된다. 이 경우 리소나 그룹의 자기자본비율은 1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나 기존에 투입된 공적자금 8천6백억엔을 포함하면 민간지분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은행들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은 지난 98년 3월과 99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단행됐다. 하지만 리소나 그룹의 경우는 2001년 예금보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부의 금융위기 대책회의에서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된 첫 사례로,파산 전 정부가 경영개선에 적극 관여하는 '특별지원은행' 1호가 된다. 99년 당시 국유화를 거쳐 민간에 매각된 장기신용은행과 일본채권은행은 파산처리 직후 공적자금이 투입됐었다. 리소나 그룹에 대한 일본정부의 이같은 대응은 주가하락과 부실채권 문제 등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은행발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적 성격을 띠고 있다. 리소나 그룹의 자기자본 비율이 갑자기 축소돼 결국 공적자금 신청으로 이어졌듯이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 미쓰비시도쿄 UFJ 등 4대 금융그룹을 비롯한 다른 금융회사에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반영인 셈이다. 고이즈미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세 번이나 되풀이했다. 하지만 자발적 경영재건 시나리오가 붕괴되면서 대형 은행이 최초로 국가의 수중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점에서 일본 은행 전체의 대내외 신뢰도 추락 및 증시에 미칠 충격 등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고이즈미 정부의 금융정책을 전면에서 집행해온 다케나카 헤이조 금융·경제재정상의 경질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