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기부양 카드의 하나로 콜금리 인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다. 13일(화요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 정부의 이런 태도는 채권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돼 국고채 금리는 이미 연중 최저수준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최근 한은 노동조합의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 듯이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콜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껏해야 금융부채가 많은 저소득층의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경기부양책'이라기보다는 '서민안정 대책'이나 '신용불량자 대책'에 가깝다는 얘기다. 늘어나는 과잉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대론자들의 단골 메뉴다. 일본의 경우처럼 '금리인하가 이자소득을 줄이면서 경기를 오히려 침체시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 이자, 비용이냐 소득이냐 콜금리를 낮췄을 때 어느 정도의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날지를 계량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금리의 영향은 국내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으로 파급되기 때문. 다만 금리가 일차적으로 이자수입과 이자비용에 상반되는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몇 가지 추정은 가능하다. 우선 금리인하는 이자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지난해말 현재 가계빚 규모는 4백39조원. 올해 안에 5백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가정할 때 금리가 0.25%포인트 내리면 국내 가계에는 약 1조2천5백억원가량의 이자부담 경감효과가 발생한다. 그만큼 쓸 돈이 많아져 내수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이자수입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 소비촉진 효과가 일정 부분 상쇄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인하가 소비에 미치는 이같은 파장을 대략적으로 분석해 볼 때 금리를 1%포인트 정도 내리면 내수소비 증가율이 0.15%포인트가량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20∼30대는 웃고 50∼60대는 운다 이자수입과 비용이라는 측면만을 놓고 볼 때 콜금리 인하는 중장년층에는 역효과, 20∼30대 젊은층에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금융자산대비 금융부채 비율(금융부채/금융자산)'은 각각 51.9%와 37.5%로 50대(26.5%)와 60대(13.0%)에 비해 상당히 높다. 20∼30대는 콜금리 인하를 '이자비용 감소'로, 50대이상은 '이자수입 감소'로 받아들일 소지가 농후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 최근 들어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는 점은 예전에 비해 콜금리의 경기부양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주택담보대출 등이 늘어나면서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지난 99년 34.6%에서 지난해에는 47.8%까지 높아졌다. 이는 미국(29.1%)이나 일본(25.0%)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정대영 한국은행 금융시스템분석팀장은 "단순하게 수치만을 놓고 볼 때는 이자부담 감소로 인한 경기부양효과가 예전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나고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도 내수진작 효과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배보다 배꼽이 크다 콜금리 인하시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역시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금리인하로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들어 재개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부동산 열풍이 콜금리 인하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유정숙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기업의 설비투자 결정과 소비자의 지출계획이 이자율의 함수만은 아니다"며 "투자에 대한 미래수익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 한 자금조달비용이 낮아지더라도 기업은 투자를 증가시키지 않고 이자부담이 줄어든 가계도 선뜻 소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논리대로라면 금리인하는 곧바로 과잉유동성을 낳고 이는 거품을 심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 타이밍도 문제 금리인하 타이밍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국내 경기가 2.4분기에 바닥을 찍은 후 하반기부터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경기가 과열될 우려가 있다"며 "어차피 금리 인하 효과는 불확실한 만큼 콜금리 인하라는 수단은 마지막 히든 카드로 아껴두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