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체결에 따른 농어민의 피해 지원을 위한 '자유무역협정 이행지원 기금' 설치를 추진키로 했다.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함께 법적 근거를 마련해 향후 7년간 8천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인 한·칠레 FTA에 대한 국회비준의 원만한 처리와 향후 다른 나라와의 FTA를 위해서도 농어민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가 농어민의 반대에 부딪쳐 단 하나의 FTA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지구상의 몇 안되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구상중인 별도의 피해 보상기금 설치는 문제가 많다고 본다. 우선 가뜩이나 기금이 난립돼 이를 정비해 나가고 있는 마당에 별도의 기금을 또 설치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현재에도 기금은 58개에 무려 140조원이 난립돼 있어 이로 인한 재정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를 반영 지난 정부때 부터 기금을 단계적으로 정비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문제만 생기면 새로운 기금을 설치한다면 칸막이식 재정운영에 따른 비효율을 어느 세월에 제거할 수 있겠는가. 특히 대외개방에 따른 농어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농특세를 재원으로 농어촌특별회계가 이미 설치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별도의 기금을 설치해야만 하는지 지극히 의문이다. 만일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농어민 피해 구제가 필요하다면 이 특별회계를 활용하는 것이 옳다. 아울러 정부가 구상중인 재원조달 방식에도 문제가 많다. 정부에서는 이 기금의 상당부분을 FTA체결로 이득을 보는 기업들에게 부담시킨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FTA에 단순한 개발사업이나 서비스 제공에 적용하는 수익자 부담원칙을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다. 특정업체가 가전제품 몇 개 더 필았으니 이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는 지극히 단순 논리이기 때문이다. FTA체결에 따른 수혜자는 수출업자인 생산자는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인 일반국민들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굳이 농어민 피해를 수혜자에게 부담시키려 한다면 일반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수익자 부담원칙에도 맞다. 따라서 정부는 별도의 기금을 설치해 농어민들의 기대만 잔뜩 부풀릴 것이 아니라 농어촌특별회계나 일반재정을 활용한 실천 가능한 농어민 피해구제 방안을 제시하고 이들을 설득해 나가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