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중국의 공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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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상하이 제2군 의학대학에서 이색 출정식이 열렸다.
연병장에 모인 1백여 군인들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단상 스피커에서는 '반드시 적을 섬멸하고 돌아오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병장 한편에서는 전장으로 보내는 애인을 붙잡고 울먹이는 연인들도 보였다.
이들이 배치될 전쟁터는 베이징의 샤오탕산(小湯山)병원.사스환자들이 격리돼 치료받고 있는 곳이다.
'사스(중국어 非典)전쟁'파병대인 셈이다.
이렇게 전국에서 샤오탕샨병원으로 모여든 전사들은 1천2백명.모두 군의료요원이다.
중국의 사스 퇴치 대책은 군 작전을 방불케 한다.
전면전 철통방어 일망타진 총동원태세 같은 군사용어도 동원됐다.
사스 치료 간호원들에게는 '백의(白衣)의 전사'라는 명칭이 붙었다.
TV는 전과 및 피해상황 등을 시간대별로 보도하고 있다.
전쟁의 주역은 중국 공산당이다.
공산당은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인민해방군을 동원,사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1998년 여름 양쯔(揚子)강 범람으로 빚어진 대홍수 때도 그랬다.
중국은 당시 초기 홍수피해 공개를 꺼려했다.
하지만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뒤늦게 언론에 이를 공개했다.
중국 공산당은 재빠르게 분위기를 공세로 전환시켰다.
군인들을 동원,홍수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홍수와 맞서는 인민해방군의 사진이 실렸다.
범람을 막기 위해 인간제방을 쌓은 군인들의 사진이 세계로 타전되기도 했다.
인민해방군 영웅들이 잇따라 탄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쯔강 수위는 낮아졌고,그 자리에는 '영웅 공산당'이 남았다.
공산당은 홍수와의 전쟁으로 오히려 인민으로부터 더 믿음을 주는 당으로 부각됐다.
사스와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사스가 잠잠해 지는 날 공산당은 '사스를 퇴치한 영웅'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초기 비판적 시각은 사라지게 된다.
사스 피해에도 불구,공산당의 지도력은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그게 바로 중국 공산당이 국가적인 재앙을 극복하는 방식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