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의 한 전자부품 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크고 작은 현장사고로 고민하던 경영진에게 한 노동 전문가가 현장의 분위기를 밝게 바꿔보라는 충고를 했다. 경영진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조립라인에 설치된 회색빛 기계 색깔을 오렌지로 바꾸는 등 우중충한 공장의 색채를 밝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사고는 크게 줄었으며 종업원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났다. '컬러'는 인간의 감정과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능률과 안전을 중시하는 작업장에서도 색채는 더이상 실내장식만을 위한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다. 작업환경을 변화시킬수 있는 '과학'이다. 한국색채교육원의 장진희 팀장(32)은 컬러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일을 한다. 이른바 '컬러리스트'다. 학부때 디자인을 전공한 장 팀장은 졸업 후 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컬러를 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컬러 전문가가 됐다. 현재 그녀는 한국색채교육원에서 컬러관련 교재를 기획·제작하고 강의도 하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장 팀장은 산업이 발전할수록 컬러리스트의 역할은 커진다고 말한다. '디자인 따로,컬러 따로'가 아닌 토털 디자인 시대가 되기 때문이다. 국내엔 현재 색채 관련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이 50만명 가량이나 된다. 그렇지만 '도색공'은 많아도 색채와 색채 대상의 모습,기능,재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색채를 골라내는 고급인력(컬러리스트)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자격증 제도(기사와 산업기사)가 최근 도입된 후 컬러리스트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